사드 보복 여파부터 기아차 통상임금 패소까지 연이은 위기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판매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내 협력업체가 밀린 대금을 이유로 부품 납품을 중단해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한 기아차의 통상임금 패소 판결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함께 떠안을 경영상의 악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9일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4개 공장이 순차적으로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가 하루만인 30일 다시 가동을 재개한 바 있다. 현지법인이 발 빠르게 나서 가동 중단 사태의 장기화는 막았지만 사드 여파로 위기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번 가동 중단 사태는 신속한 대응으로 일단락 됐으나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기차와 50대50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구조로, 현지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대금 문제는 경영지원을 맡고 있는 베이징기차가 주도하는 부분이다. 이번 사태는 베이징기차 측이 사드 여파로 판매가 부진해 재정 상황이 열악해지자 납품 업체들에 20~30% 단가 인하를 요구하며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어 일어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생산을 맡고 있는 현대차가 대금지급에 먼저 나설 경우 베이징기차와의 협력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대차로서도 복잡한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대금 지급문제에 대해 현지사업부와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제네시스 g90./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올해 중국 내 판매 목표를 당초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낮춘 바 있다. 가동 중단으로 이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업계 안팎의 우려가 많았다. 현대차는 사드 보복으로 중국 내에서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다행히 하반기 판매 회복을 위한 물량 확보를 위해서도 가동 중단이라는 치명타는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단은 한숨 돌린 모양새다.

현재 베이징 1·2·3공장은 연간 105만대, 창저우 4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가장 최근 완공된 충칭 5공장은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중단됐던 중국 내 공장 4곳의 가동이 재개돼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던 충칭공장의 운영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중국 내 위기에서 벗어나자마자 이번엔 국내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기아자동차가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의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잠정적으로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해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1심 판결 금액은 4,223억원이지만 여기에 대표소송 판결금액을 기아차 전체 인원으로 확대 적용했을 때 11년 11월부터 14년 10월까지 3년분, 소송 제기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14년 11월부터 17년 현재까지 2년 10개월분까지 모두 5년 10개월분을 합산하면 약 1조원 안팎의 부담금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판결 결과에 따라 기아차는 3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아차의 적자전환으로 인한 경영손실은 지분법에 따라 기아차 지분을 33.88%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함께 나누게 된다. 때문에 사드 여파로 인한 판매 급감과 지분법 손실까지 떠안으면서 현대차의 3분기도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현대차도 적자전환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끝나지 않은 현대차의 통상임금 소송에도 기아차의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계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협력업체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자동차산업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현안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자동차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업계의 애로사항과 미래차 분야·상생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최근 우리 자동차산업이 대내외 여건 변화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IoT 등 융복합화와 서비스화가 가속화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업계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현대·기아차는 “어려운 경영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준의 채용 규모를 유지하고, 전문 R&D 인력 확충, 친환경차 개발 센터 구축 등 미래차 분야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대․기아차는 지난 7월 상생협력 대상을 1차 협력사에서 2․ 3차 협력사로 확대하고 총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 외에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도 상생협력 사례를 소개하고 내수 활성화 촉진을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건의하는 등 자동차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업계의 의견을 개진했다.

백 장관은 “자동차산업의 위기 상황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한 뜻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범부처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자동차산업 중장기 발전전략을 조속히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 제네시스 g70 티저 이미지./사진=현대차그룹

한편, 현대차는 중형 럭셔리 세단을 새롭게 선보이며 위기 타파에 나섰다.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서울에서 프라이빗 쇼룸을 운영해 정식 출시 전 ‘제네시스 G70’을 총 3천여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선공개한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제네시스 G70’은 제네시스 특유의 디자인 요소와 차별화된 컬러의 조화로 역동적인 외관을 자랑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에 따르면 ‘제네시스 G70’은 3.3 가솔린 터보, 2.0 가솔린 터보, 2.2 디젤 등 파워트레인 3종과 제로백 4.7초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기아자동차가 카카오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i(아이)’의 음성인식을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9월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g70에 처음 적용한다. 사진 속 실험 차량은 그랜저 모델이다./사진=현대차그룹

더불어 ▲고속도로 주행지원(HDA) 등 최첨단 주행지원 시스템 ▲9개의 에어백, 액티브 후드 등 다양한 안전사양 ▲카카오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기술 등이 탑재됐다.

앞서 1일 미디어 프리뷰에서 황정렬 제네시스PM센터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네시스 G70는 세련된 디자인, 탁월한 고급감, 역동적인 주행성능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최고의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형 럭셔리 시장의 기존 강자인 유럽 프리미엄 차량과 당당히 경쟁해 새로운 강자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수입중형차들과의 경쟁에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입중형차와의 경쟁에서 가장 큰 장점은 동급 대비 저렴한 가격이다. ‘제네시스 G70’은 ▲가솔린 2.0 터보 3,750~4,045만원 ▲디젤 2.2 4,080~4,375만원 ▲가솔린 3.3 터보 모델 4,490~5,230만원 선에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수입중형차들이 강세를 보이고 사드 여파로 중국 판매도 급감한 상황에서 이번 제네시스 신형 세단의 성공이 절실하다.

국제적으로 관심이 큰 모터쇼 등에서 신차를 공개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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