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여가부, 직장 내 성범죄 예방 및 방지·근로감독 강화 등 긴급 대책 발표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정부가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 받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긴급 대책을 내놨으나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기업 내 사이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예방교육 자료를 사내에 상시 게시하는 등 직장 안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성폭력 등을 막기 위한 합동 대책을 내놨다.

양 기관은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에는 ▲직장 내 성희롱 지도·감독 강화 방안, ▲직장 내 성희롱 예방·대응 장치 강화 방안,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일반국민 인지도 향상 방안, ▲조직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근절 방안 등이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 지도·감독 강화를 위해 사업장을 점검할 때 근로감독의 유형을 불문하고 연간 2만여개 사업장의 모든 근로감독에 직장 내 성희록 분야를 반드시 포함토록 했다.

노사단체와 여성단체 등과 함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상담 및 신고절차’도 집중 홍보하며, 피해 신고를 위한 기초상담도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와 전국 고용평등상담실을 통해 지원한다.

또한, 지난 9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직장 내 성희롱 관련법 위반시 벌칙이 일부 상향 조정됐으나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현행 과태료 수준을 상향하고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사내 전산망이 있는 사업장에 사이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전산망이 없는 경우 성희롱 고충처리담당자를 지정해 운영하는 등 사업장별로 자체적인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위한 메카니즘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년 5월부터는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도 직장 내 상시 게시가 의무화된다. 고용노동부는 성희롱 예방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표준 가이드라인도 적극 활용하도록 행정지도를 실시한다.

앞으로 구체적으로 성희롱 문제가 노사협의회의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명문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정보를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카드뉴스 형대로 제작해 보급하고, 스스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판단력과 감수성을 점검할 수 있는 자가진단 도구를 앱으로 개발해 오는 12월 초에 보급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리자, 피해자, 제3자 등 각 주체별 대처요령이 담긴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안내서’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확산시켜 피해자 구제 시스템을 확립할 방침이다. 특히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피해자 관점의 사건 처리방안에 대한 교육 지원을 늘릴 계획이며, 근로감독관의 성인지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새롭게 실시한다.

아울러 이러한 성 관련 사건에 관대한 조직문화가 개선될 수 있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는 등 공공부문의 현장점검 및 컨설팅도 강화한다. 민간부문에서는 소규모 사업장 등 교육 접근성이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을 확대한다.

여성가족부는 예방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현재 공무원 위주인 성평등 교육을 기업임원, 시·도의원,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파급효과가 큰 직업군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한다.

더불어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우선 피해자가 성희롱·성폭력 피해 사실을 해시태그(#MeToo, #SpeakOut)와 함께 온라인상에 밝히는 활동 등이 민간에서 확산됨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또, ‘성평등보이스’ ‘성평등문화확산 태스크포스’ 등 민관거버넌스에서 생활 속 실천과제를 발굴하고 확산하도록 하면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담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방침이다.

양 기관은 직장 내 성희롱은 가해자가 상대방의 체감도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교육과 자가진단 등을 통해 인식을 바꾸고 성희롱에 대한 인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얼마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직장인 A씨는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거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겠나”라며, “단순히 성인 대 성인이 아니라 상하관계가 확실하고 공과가 평가되는 ‘직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단순한 성충동만이 아니라 젠더 권력과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 복합적인 이유가 결합되어있다”고 정부의 단편적인 대책을 지적했다.

이어 “신고센터가 있다고 해도 회사 내에서 회사가 관리한다면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사측 입장에서 사건을 해석하고 무마시키려했던 사례들이 실재하기 때문에 제대로 사건 처리가 진행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한샘 사태의 경우도 피해여성이 사측에 회사 교육담당자로부터 성폭행 당한 사실을 알렸으나 사건을 처리하던 인사팀장이 이를 무마하고 회유하면서 성추행까지 시도한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알려져 큰 논란이 됐다.

사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되려 직장 내에서 2차 피해까지 받는 등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들을 살펴보면 직장 내 성범죄를 예방 및 방지하는 교육과 이를 감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분위기가 형성된 때에 마련된 긴급 대책이다.

하지만 진정한 예방 교육은 직장에 입사하기 전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년 시기부터 올바른 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건전한 성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긴급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실효성이 의심되는 민심 진화용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근절시킬 수 있도록 건전한 성 문화와 성평등 인식을 함양할 수 있는 올바른 성교육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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