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한도 없는 기축통화국 간 계약 형태로 외환부문 안전판 확보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우리나라가 현지시간 15일 캐나다와 통화 스와프를 전격 체결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기축통화국 간 통화 스와프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기축통화국 간의 통화 스와프는 기존에 우리나라가 타국과 맺어온 방식과 달리 사전에 한도를 정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고, 만기가 특정되지 않은 상설계약의 형태이다.
이러한 무기한·무제한 지원 형태의 통화 스와프는 국제 무역·금융시장에서 인정받는 미국·유로존·영국·일본·스위스·캐나다 등 주요 기축통화국 간의 계약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이전까지 미국·호주·일본 등 주요 국가들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왔으며, 계약이 만기되면 연장을 위한 합의를 거쳐야했다. 만기가 있는 계약의 경우 국제적인 정세에 따라 통화 스와프 재협상이 주요 이슈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중국과 한중 통화 스와프의 만기 연장에 합의할 때에도 사드로 빚어진 양국의 갈등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캐나다와의 통화 스와프 체결로 우리나라는 그런 국제 정세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외환 유동성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여러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외환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 외환부문에서 안전판을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를 갖는다. 세계 시장에서 최고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며 매우 안정적인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캐나다의 캐나다 달러는 외환보유액 구성 5위, 외환거래 규모 6위에 해당하는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주요 국제 통화다. 국제결제 비중도 미국 달러,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이러한 캐나다 달러를 위기시 직접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외환부문의 안정성을 크게 높여준다.
특히 캐나다가 주요 기축통화국과 맺고 있는 상설 통화 스와프 네트워크의 효과도 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캐나다가 주요 기축통화국과 같은 형태로 우리나라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만큼 국가적 신뢰성에 대한 담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이번 통화 스와프는 주요 선진국 중 하나인 캐나다가 경제·금융시장의 안정성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했음을 의미한다”며, “그간 캐나다가 여타 기축통화국들과 체결한 것과 동일한 형태의 표준계약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통화 스와프로 양국 간 경제 협력 관계도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주요 교역 상대국으로, 지난 2015년 1월 FTA를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양국간 교역규모는 약 88억 3천만 달러에 이른다. 캐나다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는 48억 9천만 달러이며, 수입은 39억 4천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우리나라가 9억 5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주요 수출품이 자동차·철강·전자제품 등 공산품 위주인 우리나라와 광물 및 육류 등 1차 산업 제품이 주요 수출품인 캐나다는 상호보완적 관계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번 통화 스와프 체결에 대해 양국 간 최고 수준의 금융협력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여타 금융·경제부문에서 상호협력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더불어 “이번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협상의 모든 단계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한 공조를 이뤄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의 대외 안전판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