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영’ 강조…디지털 뱅크에 맞춘 지점 운영 변화 예고

▲ 허인 kb국민은행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유현숙 기자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KB국민은행이 3년만에 지주-은행 분리 경영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제7대 은행장에 허인 영업그룹 부행장을 선임했다.

허인 KB국민은행 신임 은행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취임식을 열고 “경영자가 자기 임기 내에 무엇을 하겠다는 게 굉장히 큰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제 임기가 끝나도 지속할 수 있는 게 필요하고 저는 그 중 한 부분을 맡은 것”이라고 경영 철학을 밝혔다.

허인 행장은 취임식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을 생각하는, 고객을 중심으로 두고 행동하는, 그런 KB가 가장 큰 철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허 행장은 KB국민은행이 가진 IT 강점에 대해 “가장 많은 고객 수와 가장 많은 거래량을 오차없이 담보하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졌고, 그런 부분만큼은 아직도 다른 은행들이 쫓아오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하며, “대규모 거래량을 안정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IT 운영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IT 트렌드는 유연해진 IT”라며, “조금 더 여러 고객들,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세세심하고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연한 IT에 초점을 맞춰 기존의 강점을 지키면서 보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허 행장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취임사를 통해 ‘디지털 뱅크로의 도약’에 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디지털화, 디지털 혁신으로 인한 지점 및 인력 운영 변화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인력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연말에 희망퇴직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비용을 줄여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비용을 적극적으로 감축해서, 직원을 줄여서 생산성 높이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진정으로 고객이 중심이 되는 은행,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은행이 되기 위해 생산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 행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들이 여전히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고,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신정부의 정책에 호응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런 인력을 뽑기 위한 것”이라며 희망퇴직으로 인력 물갈이를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점 운영과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인 핀테크 열풍과 디지털화에 발맞춰 변화를 예고했다.

허 행장은 “지점 운영 방향성은 가장 큰 고민인 영역인 것은 틀림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여러 조사나 다른 나라의 경우들을 종합해볼 때 한쪽이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상호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지점단위로 움직이던 것을 PG(파트너십그룹)단위로 조금 더 유연하고 효율성을 가질 수 있는 형태로 해서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려고 한다”며, “운영이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고 보완점들을 보완하면 제대로 작동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별로 어떤 형태의 고객이 많고 어떤 금융수요가 많은지 분석해 자산·외국환·모든 업무 등 지점의 역할 분담을 이루고 전략에 맞게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사업 전략도 밝혔다. 허 행장은 KB국민은행의 해외시장에서의 입지에 대해 “해외사업 쪽은 좀 더 노력해서 조금 더 앞서가는 국내경쟁자, 나아가 해외 회사들의 사업구조를 캐치업해서 노력해야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동남아에서 리테일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 쪽에 집중하는 전략과 은행 단독 또는 은행 계열사 등과 조인하는 형태를 통해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 3년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수장으로 겸임해 이끌어왔다. 이번에 윤 회장의 지주 회장직 연임과 허 행장의 선임으로 3년 만에 분리 경영 체제로 돌아갔다.

허 행장은 윤종규 회장이 KB국민은행장직을 수행할 때 임원으로서 함께 해온 만큼 “사전소통과 협의를 통해 충분한 교감을 이뤄나가면서 은행 경영에 있어 독립성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지주사의 소통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친 허 행장은 노조와의 신뢰 회복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허 행장은 취임식 직후 박홍배 노조위원장과 만남의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사와 노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똑같다”며, “방향이나 목표는 같은데 생각하는 방법이나 수단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런 다른 부분은 서로 충분히 진정성 있게 대화로 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KB사태 이후 윤종규 회장의 취임과 함께 3년간 KB국민은행은 정상궤도로 어느 정도 돌아온 모양새다. 전임 행장의 성과가 높은 평가를 받는 만큼 신임 행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리딩뱅크’ 타이틀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KB국민은행이 허인 신임 은행장 임기 내에서 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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