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장기화·양극화·가계부채 급증 등 대내 위기 대비해야"

▲ 왼쪽부터 권태신 한경연 원장, 이규성 전 장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애플경제=이해리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을 개최했다.

이날 대담은 '위기 극복의 추역으로부터 듣는다'를 주제로 권태신 한경원 원장이 진행을 맡았다.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과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초청돼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과 현재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평가하며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방안을 조언했다.

이규성 전 장관은 외환위기 극복기인 지난 1998년부터 1999년까지 재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당시 각 경제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극복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현정택 대외연 원장은 2002년 김대중 정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으며, 노무현 정부 때 외교통상부 경제통상 대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2015년 대통령 비서실 정책조정수석을 맡는 등 국가 경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권 원장은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가 향후 5년 내 한국 경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며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대담 개최 취지를 밝혔다. 

▲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1997년 외환위기의 경험과 2017년 현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양극화와 고용부진, 가게부채 급증 등 약해진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개선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 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채무 급증 등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아시아 외환위기 등 외부충격의 가세로 발생했지만 최근 경제위기의 양상은 이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통화 및 재정 긴축정책을 추진해 외환보유액이 확충됐지만 이 과정에서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에 따른 사회 불안이 커졌다"며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금융안전망이 정비되는 성과가 있었으나 노동부문 개혁은 유연성 제고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경제상황을 보면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규모 등 대외건전성은 개선된 편이라고 봤다. 경상수지는 2012년 2월 이후 67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올 10월말 3845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9위다. 1997년 말 286%에 달했던 단기외채 비중(외환보유액 대비)도 올 6월 말 30.8%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화된 저성장, 양극화 현상,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인해 대내 경제적 기초가 약하다고 지적하며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일자리 중심 경제 등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초청해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위기극복의 주역으로부터 듣는다'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권태신 한경연 원장, 이규성 전 장관,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그러면서 "지금 해외 투자가 국내에 유치되는 투자의 3배 정도인데, 그것이 다 일자리로 환산된다. 국내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출산업은 고부가가치로 돌리고 지식서비스산업 쪽으로 전환하기 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없으면 한국 경제의 중장기 전망은 어둡다"고 진단했다.

이규성 전 장관은 "외환위기 이후 성장 잠재력 면에서 본다면 인구는 고령화 되고 있고 자본의 생산성은 그저 그렇고, 생산성이 커져야 한다"면서 "현재는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4차산업 혁명, 신기술 개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거시경제를 잘 운영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달라지는데 지금은 실업률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청년 실업이 높은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따라 냄비속의 개구리가 될 것이냐 냄비밖의 개구리가 될 것이냐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개방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양화가 이뤄졌지만 대립과 갈등으로 가게 된다면 문제가 있다"며 "경제운영도 감 보다는 진실에 입각해서 해나간다면 결코 '냄비 속의 개구리'가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우리의 경제 주체들은 안전하고 과거의 전례에 따라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관례에 따르는 것보다는 보다 생각하고 보다 창의적인 쪽으로 노력을 해야하고, 창의적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가 외형을 갖췄으나 내실은 올바른 것에서 동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구조적으로는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하고, 유연성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제는 실천력이다. 경제의 어려움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지 외부 여건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가들은 사명을 제대로 실천하며 사회적 비용을 야기해서는 안된다. 사회에도 기업가가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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