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여전히 득세할까?

인문의 시선으로 본 제4차산업혁명-‘자본의 재탄생?’(5-2) 박경만l승인2018.02.12l수정2018.02.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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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만 한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 같은 이는 신자유주의를 ‘재난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라고 저주했다. 비단 클라인 뿐 아니다. 조금이라도 비판적으로 ‘경제’를 사유하는 진영에선 신자유주의야말로 만인의 공적이 된지 오래다. ‘공공(公共)’의 것까지 마치 하마처럼 집어 삼키고, 자본주의적 축적을 ‘수탈 도구’로 삼는다고 해서 이를 옛적 노예노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고, 신자유주의의 효율과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담론도 수 없이 많긴 하다.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스펙트럼에 비쳐보면 그런 논쟁은 이제 진부하다고 할까. 4차산업혁명의 신천지를 앞둔 논의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 굳이 지금에 이른 신자유주의의 연원만 얘기하자면 2008년 금융위기로 이미 그 한계를 노출했다. 노동과 자원에 대한 자본 일방의 훈육적, 통제적 메커니즘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실감케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신자유주의의 ‘위기’ 내지 ‘몰락’의 예언이다. 그렇다고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둘 것은 있다. 장차 디지털기술, 합성생물학, 초월적 물리학의 신세기와 신자유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만나서, 어떤 순기능 혹은 부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미래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본과 노동의 ‘재구성’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4차산업혁명의 공유경제 프레임은 노동형태의 ‘유연성’이다. 말이 ‘유연성’이지, 원색적으로 표현하면 대부분의 경제 주체 혹은 전 국민이 ‘알바’ 생활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잠깐잠깐 주어진 잡일이나 허접한 임시직으로 연명한다고 해서 ‘긱경제’로 불린다. 디지털기술과 공유경제의 수레바퀴에선 언제 얻어걸릴지 모를 ‘알바’꺼리를 기다리며,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아닌 24시간 대기의 연속이다. 인생과 시간에 대한 통제마저 신종 21C 자본귀족에게 내어주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신자유주의가 왕성한 모습으로 부활할 것이란게 자유주의자들의 ‘희망’이다. 그럴 경우 산업혁명 이래 치열한 화두, 즉 자본주의적 생산이 사회적이어야 하느냐, 아니면 사적 소유의 확장이냐를 둔 모순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그런 장밋빛 미래가 자칫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다. 정작 로봇, AI 등 디지털기술의 속도와 성능, 생산량은 늘지라도, 생산력이 그것과 정비례하진 않는다는게 문제다. 생산력은 어쩌면 심오한 인문적 알고리즘의 발로일 수도 있다. 인류가 네 번째 맞이하는 ‘혁명’의 시대엔 가장 값어치있는 재화는 좀더 인간적, 주체적 관점의 것일 수도 있다. 즉, 아이디어, 코드, 지식, 정보, 이미지, 사유, 사회적 관계 등을 형성하는 힘, 그런 것들이 곧 가장 긴요한 자산이며 재화다. 곧 ‘비물질적 부가가치’이며, 안토니오 네그리가 말한 ‘공통적인 것’들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생산성은 물건을 얼마나 값싸게 대량으로 만드느냐가 아니다. 인간사회의 ‘공통적인 것’들이 통제당하지 않고 얼마나 원활하게 ‘생산’되느냐에 따라 판별된다. 사유하고 창조하는 힘, 이미지와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는 힘, 소통하고 협력하는 힘의 확대 여부에 따라 이른바 ‘사회적 공장’의 생산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기존의 경제체제는 이에 어림없다. 만약 고용된 대다수가 기술자본주의의 자본에 의해 본원적 인간능력의 계발을 허용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각자의 잠재력과는 거리가 먼 ‘알바’꺼리만 강제당한다면 어떠할까. 3차산업혁명 이래의 그런 재래식 ‘생산력’으론 성장을 촉진하긴 어렵다. ‘긱경제’에서 자본이 그토록 염원하는 성장이 의심스러운 이유다. 쉽게 말해 자본이 사람들의 재능과 능력을 낭비하고 통제할수록 제로성장만이 이어질 뿐이다. 그게 또 다른 산업혁명을 앞둔 신자유주의의 딜레마다.


박경만  applenew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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