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강좌’ 유감
‘가상화폐 강좌’ 유감
  • 박경만
  • 승인 2018.03.0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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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시선으로 본 제4차산업혁명-‘화폐의 대전환’(6-2)
▲ 박경만교수 (한서대 문예창작학부)

‘가상화폐 강좌’ 유감

블록체인 내지 암호화폐에 관한 ‘절반의 진실’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에 의해 알맹이를 뺀 화려한 ‘껍데기’만 여과없이 대중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이른바 ‘가상화폐 특강’이란데서도 이런 풍경이 빚어지기 일쑤다. ‘재보다 잿밥’이랄까. 대개 이런 자리는 블록체인 본연의 실체에는 관심없다. 청중들의 핫 이슈는 그저 “어떡하면 비트코인으로 돈 좀 벌어보나”하는 것이다. 잘하면 떼돈을 거머쥘 수도 있다는, 맹랑하지만 절박한 희망사항만 가득하다. 강사도 이에 대고 디지털 작동 원리나 철학을 입에 올리긴 어렵다. 그저 ‘섹시한’ 제목과 예화로 블록체인 출생에 담긴 고민을 희롱하고, 한낱 투기판의 도구로 희화화 뿐이다.

이처럼 거짓과 참이 뒤엉켜 ‘강좌’의 이름으로 전염되고 있는게 ‘비트코인 사태’의 아이러니다. 그렇게 대중을 혼미케 하는 것 중엔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반격’이라거나, ‘아나키즘의 도래’처럼 선동에 가까운 것도 있다. 그야말로 암호화폐 출생 배경을 외면한, 무책임한 비약이다. 암호화폐는 매개자 없이 참여자 모두가 분산된 거래원장을 공유하며, 감시와 승인 하에 안전한 거래를 이어간다. 은행과 같은 독점적 매개자의 일방적 독주에 대한 제동이되, 중앙집권, 과잉통제, 자율과 존재를 억제하는 권력행위에 대한 응당한 질문이다. 잘하면 분산된 신뢰에 바탕을 둔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주의 전조일 수도 있다. 그걸 반격이니 아나키즘이니 할 건 아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언젠가 암호화폐는 소멸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치 ‘그 전에 부지런히 투자 전략을 세우고,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묘한 뉘앙스로 와닿는다.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짚고 가자. 비트코인은 소멸할지 몰라도, 암호화폐는 다르다. 비트코인 ‘소멸’의 이유인즉, 최대 2100만개로 채굴량이 한정되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1비트코인은 최대 1억분의 1(1사토시)까지 쪼개어 거래될 수 있다. 그게 다 소진되려면 모르긴 해도 50~10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정작 그게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암호화폐가 작동하고 있으며, 인간 만사의 작동체계가 블록체인으로 편입될 조짐을 보일수록 암호화폐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일부 암호화폐 관련 강좌에선 “결국은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블록체인을 장악, 통제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장악이니, 통제니 하는 용어부터가 적절치 않다. 암호화폐를 굳이 중앙의 통제력이나 중앙은행의 적대적 위치에 놓을 필요도 없다. 오히려 비효율적인 중앙집중식 의사결정과 통제에 대한 반성이며, 법화(法貨)에 기인한 기존 신용화폐, 그리고 암호화폐를 블록체인에서 병행케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금융부패를 방지하고, 효율성을 담보하는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는 서비스의 혁신과 금융민주주의의 실현이며, 권력의 상실이 아니라 권력의 정상화다.

‘가상화폐’란 용어도 옳지않다. 사이버 세계일지언정, 디지털 소스와 코드를 매개로 온갖 실물의 거래를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암호화폐’라 해야 옳다. 오늘날 웹사이트를 통한 정치, 경제, 사회적 행위를 ‘가상’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가상’이란 말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거부하는 수구적 경멸이 다분히 배어있다. 이 밖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만큼 다양한 오류와 오해가 각종 강좌와 책과 웹 공간을 넘나든다.

사회주의 학문 진영에선 ‘탈화폐’를 꿈꾸기도 한다. 그 저간엔 ‘순수’시대의 물물교환이라는 회귀본능이 있다. 구매력으로 매겨진 유효수요가 아닌, 무엇이 필요한지에 따른 실제수요에 따른다면 화폐가 필요하냐는 물음도 깔려있다. 그런 과격한 유토피아까진 몰라도, ‘화폐’의 최적 가치와 기능에 대한 질문은 화폐경제의 미래지향적 화두가 되어야 한다. 물론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대한 ‘예찬’은 금물이다. 다만 서로 충돌하는 인간욕구와 희소한 자원 배분을 조화시킬 최적의 수단으로서 화폐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그 팩트와 디테일에 정확해야 한다. 최근 시중의 ‘약장수’같은 일부 강좌는 그래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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