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인사’ 방지 의안 및 노조 추천 사외이사 의안 무산

▲ kb금융지주가 23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제1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사진=유현숙 기자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제10기 K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결과, 가장 관심을 모았던 노조 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KB금융지주는 2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제1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8개의 안건이 올라왔다.

이 중 주총이 시작하기 전부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안건은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한 제7호, 제8호 의안으로 각각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내용이다.

제7호 의안은 공직자윤리법과 정당법에 해당하는 정·관계 인사의 선임을 퇴직 이후 3년간 제한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대표이사의 참여를 제한하는 안건으로, 정관 변경 정족수인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 조건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관계 인사 선임을 제한해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제7-1호 의안의 찬성률은 4.29%에 그쳤다.

의안에 반대한 한 소액주주는 “기간 제한을 두는 것은 퇴직 이후 3년이 지난 사람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경우엔 낙하산이 아닌 게 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역차별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다양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결되긴 했지만 대표이사의 사추위 참여를 제한하는 제7-2호 의안에 대한 찬성률은 31.11%에 달했다.

제7-2호 의안에 대해 다른 주주는 “이 같은 제안을 한 노조의 뜻은 이해한다”면서 “이미 사추위에서 대표이사가 제외됐고 금융당국에서 입법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굳이 정관 변경을 할 필요는 없다”고 반대했다.

특히 이날 주총의 최대 관심사로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제8호 의안은 찬성 4.28%로 부결됐다.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로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를 추천했으나 KB금융 측은 권 후보가 회사의 사외이사 검증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후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권순원 교수는 현재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 고용노동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업지배구조연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는 인사관리 분야 전문가다.

하지만 KB금융 측의 반대에 이어 국민연금과 ISS(의결권 자문회사)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 다른 주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권순원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노조 측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주총 당시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 안건 부결에 이어 두 번째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의장으로서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유현숙 기자

노조가 제안한 안건들의 주요 골자는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과 사외이사 역할의 독립성 및 투명성 제고다.

최근 KB금융지주는 채용비리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의 2015년 신입행원 채용에서 윤종규 회장의 증손녀를 포함한 특혜채용 혐의를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주총에서도 이와 관련해 의장으로서 주총을 진행하는 윤종규 회장에 대해 질타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나름대로 지난 3년 동안 인사의 공정성·투명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런 논란에 휘말리게 되어 송구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회장은 “특히 신입행원에 관해서는 지역별 우선 채용, 블라인드 면접 등을 타 은행보다 선구적으로 도입하기도 했지만 이런 논란에 휘말려 송구스럽다”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성실하게 응하고 있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최대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 선임된 사외이사 5명이 주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유현숙 기자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등 신규선임(임기2년) 3명, 유석렬·박재하 등 재선임(임기1년) 2명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선임 안건이 정족수를 넘기며 통과했다.

선임된 5명의 사외이사 중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의 경우 주주추천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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