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시선으로 본 제4차산업혁명-‘유망직업’

▲ 박경만교수(한서대학교 문예창작학부)

'유망직업’으로 본 4차산업혁명의 풍속도

인공지능과 로봇, 자율조정장치 등은 때론 ‘잿빛 미래’의 아이콘으로 비쳐지곤 한다. 이들을 도구로 한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지금의 직업들은 대부분 없어질 것이라니 그럴 법하다.

그럼 인간은 뭘 먹고 살 것인가? 물론 이에 대한 대안적 담론도 넘쳐난다. 인간이 기계를 착취하면 되지 않느냐, 혹은 기계가 벌어들인 부가가치를 인간이 누리면 되지 않나 하는 해법이 그런 것들이다. 그래서 유급노동의 종말이나, 소유의 종말, 접속의 절제가 새 시대의 미덕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유급의 의미있는 직업군에 대한 자본주의 시민의 향수는 어찌할 수가 없다. 최근엔 각종 학술모임이나 연구단체들도 앞다퉈 그 리스트를 점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공간디자이너, 윤리기술변호사, 디지털문화해설사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중 가상공간디자이너는 아마도 가상의 사이버 스페이스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직업으로 짐작된다. 4차산업혁명의 지배공간인 사이버 스페이스를 주관하는 만큼, 디지털 문명의 조물주격이라고 할까. 디지털혁명을 좌지우지하는 파워풀하고, 21C의 부를 창출할 막강한 직업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디지털 기술이나 알고리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인간 윤리적 분별과 판단을 전문으로 하는 윤리기술변호사도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문명을 움직이는 기계와 전자, 합성생물학, 디지털 물리학 따위의 ‘윤리’는 어떻게 되나? 그런 질문의 끝에서 이런 직업에 착안한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디지털문명의 도덕률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적인 시선이 진하게 배어있다.

온라인과 사이버 세계의 문명과 문화에 대한 식견을 갖춘 디지털문화해설사도 있다. 3차원의 20C 공간문명에 더해진 사이버와 가상공간의 문명, 그것에 대한 해설이 일이다. 사이버 세계에 대한 무척이나 박식한 이해와 섭렵이 필요해보이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사물과 디지털 세계의 데이터를 최적 상태로 조합, 사물인터넷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사물인터넷 데이터 분석가도 있다. 오프라인의 실재와 온라인의 질서에 대한 심오한 이해가 필요해보인다.

4차산업혁명기엔 우주여행도 본격화될 것이란 가정하에 우주여행 안내자도 인기직종으로 꼽힌다. 지금도 충분히 에측 가능한 직업이다.

기술 만능의 디지털자본주의가 극성할수록 인문학적, 영적 갈증도 높아지지 않을까. 그런 가정을 근거로 이른바 ‘길거리 목사’가 인기 직종으로 떠오른다. 다소 엉뚱하다싶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듯 하다. 역설적으로 사이버 네트워크를 탈출해 맨살의 영적 로고스를 만나고픈 인간 욕구를 겨냥한 셈이다.

이른바 인체디자이너도 있다. 나노기술과 유전공학이 접목된 합성생물학은 부품 갈아끼우듯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수시로 ‘업그레이드’한다.

모든 질병을 극복하고, 나아가선 영생을 꿈꾸는 ‘신’(데우스)과 같은 ‘호모데우스’를 꿈꾸는 경지다. 그런 인간의 방자한 태도에 영합한게 인체디자이너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편 네트워크와 공유경제에선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생산해야 한다. 이에 맞는 상담역 기능을 하는 퍼스널 콘텐츠 큐레이터도 인기 직종이다.

디지털 문명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생태계나 자연에 순응하는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란 가정도 성립된다. 그래서 생태복원 전략가나, 효율적인 에너지 생태를 전문으로 하는 에너지 혁신가가 유망직업으로 떠오른다.

이 밖에도 최근 제시되는 미래의 유망직업군은 수없이 많다. 그 종류가 무엇이든 이들은 다가올 미래사회의 풍속도 그 자체다. 그런 관심은 딱히 디지털 문명의 ‘슈퍼스타’ 반열을 탐해서가 아니다. 그보단 ‘가보지 않은 길’의 지형도를 지금 상상해볼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이 그릴 문명의 속성을 미리 구경할 수 있는 미래의 기표로서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미리 연구해보는 것도 미래를 예약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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