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우려, 환율 불안,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 등 고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인상 속도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중(G2) 무역전쟁 우려가 지속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소비자물가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번 금통위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 G2 무역전쟁 가능성… 완화 기조에도 ‘불씨’ 여전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은 G2간 무역전쟁 가능성이다. 양국은 관세를 비롯한 무역 장벽을 내세워 살얼음판 위의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 연설에서 ‘시장 개방 확대 4대 중대 조치’를 발표하고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금융시장 개방 등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내용의 연설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환영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무역전쟁이 일단 화해 모드로 돌아선 형국이지만, 중국이 실제로 이러한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라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 ‘원화 강세’ 환율 불안… 美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 임박

환율 불안도 G2의 무역전쟁과 함께 중요한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불안의 경우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 경제성장률 회복 흐름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때문에 한미간 환율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는 중요한 변수다.

미국은 한국을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은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 기준인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흑자(GDP 대비 경상흑자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 개입(GDP 대비 순매수 2% 초과수) 중에서 시장 개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관찰대상국’에 머물러왔다.

만약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원화 절상 등으로 이어져 수출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인 한국의 경우 이로 인해 경제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지만 규정 변동 등의 요소가 존재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 체감물가와 괴리 ‘소비 침체’

아울러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도 기준금리 동결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전월 대비 0.15%p 하락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째 1%대를 유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하회하는 물가 수준은 소비가 늘지 않아 경제 활력이 둔화된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대 물가에도 소비가 얼어붙은 까닭은 체감물가를 형성하는 주요 품목인 농식품비, 외식비 등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산물 물가가 전년 대비 4.7%, 수산물이 5.2% 상승했다. 특히 쌀값이 26.4% 오르며 곡물 상승률을 20.1%까지 끌어올려 지난 1996년 6월(21.0%)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그렸다. 또 호박 45%, 고춧가루 43.7%, 오징어 33.1% 등이 급등했다.

소비자물가 흐름이 안정적인 데 반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높기 때문에 ‘물가 상승 둔화’라는 분석에도 서민 가계는 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체감물가가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내수침체 가능성도 높아진다.

결국 물가 상승률을 높이기 위해선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경기 활성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채 이자 부담 등으로 오히려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 4월 금통위 전망… 기준금리 ‘동결’, 성장률·물가전망치 ‘유지’ 혹은 ‘하향’

이러한 대내외적 요건들로 인해 금융업계는 다가오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비롯해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전망에 큰 변화를 주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추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진행하더라도 매우 점진적이고 완만한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올해 하반기(3분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연간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1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연말 기준금리를 연 1.75%로 전망했다.

현대차투자증권 길지만 연구원은 “상반기 물가전망치부터 한은 전망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국은행 수정경제정망에서의 물가전망치는 기존 1.7%에서 1.6%로 하향조정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는 만장일치 동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소수의견 등장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물가지표 부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경기 회복 경로의 불확실성 확대, 원화 강세 등을 감안하면 금리인상 소수의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판단하며,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또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없겠으나 물가 전망치는 하향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미간 금리역전으로 외국자본 유출 가능성이 상존해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가속화 가능성도 높아 한국의 기준금리 동결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4월 금통위 이후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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