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 “한국, ‘관찰대상국’ 유지”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애플경제=유현숙 기자] 한국은행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미·중(G2) 무역전쟁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소비자물가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시장은 금통위가 열리기 전부터 이번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나아가 대다수의 금융전문가들은 다음 인상 시기를 7월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인상 속도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장기간 금리 역전 상태가 지속되면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우려가 커져 시장에 불안감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은 입장에서 마냥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수출 의존도 높은 국내 경제… G2 무역전쟁 ‘불안감’ 여전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은 G2간 무역전쟁 가능성이다. 양국은 관세를 비롯한 무역 장벽을 내세워 살얼음판 위의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G2간 무역전쟁으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큰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 연설에서 ‘시장 개방 확대 4대 중대 조치’를 발표하고 자동차 수입 관세 인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금융시장 개방 등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내용의 연설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환영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무역전쟁이 일단 화해 모드로 돌아선 형국이지만, 중국이 실제로 이러한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라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 美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 “韓,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하라”

기준금리 동결에는 ‘환율 불안’도 G2의 무역전쟁과 함께 중요한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의 경우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율이 흔들리면 국내 경제성장률 회복 흐름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때문에 한미간 환율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는 중요한 변수다.

미국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을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한국은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 기준인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흑자(GDP 대비 경상흑자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 개입(GDP 대비 순매수 2% 초과수) 중에서 시장 개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관찰대상국’에 머물러왔다.

이번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환경 등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며,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투명하고 신속히 공개하라”고 우리 정부에 압박 수위를 높여 환율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해도 정부의 환율 주권을 지키며 외국의 요구가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따라 검토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 체감물가와 괴리 ‘소비 침체’

아울러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도 기준금리 동결을 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전월 대비 0.15%p 하락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째 1%대를 유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하회하는 물가 수준은 소비가 늘지 않아 경제 활력이 둔화된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대 물가에도 소비가 얼어붙은 까닭은 체감물가를 형성하는 주요 품목인 농식품비, 외식비 등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산물 물가가 전년 대비 4.7%, 수산물이 5.2% 상승했다. 특히 쌀값이 26.4% 오르며 곡물 상승률을 20.1%까지 끌어올려 지난 1996년 6월(21.0%)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그렸다. 또 호박 45%, 고춧가루 43.7%, 오징어 33.1% 등이 급등했다.

소비자물가 흐름이 안정적인 데 반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높기 때문에 ‘물가 상승 둔화’라는 분석에도 서민 가계는 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체감물가가 높은 상황이 지속되면 내수침체 가능성도 높아진다.

결국 물가 상승률을 높이기 위해선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경기 활성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채 이자 부담 등으로 오히려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동결한 것으로 판단된다.

 

◆ 4월 금통위 통화정책 “기준금리 ‘연 1.50%’ 동결”… 금리역전 장기화 우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나갈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통위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나갈 것이며, 아울러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간 금리역전으로 외국자본 유출 가능성이 상존해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가속화 가능성도 높아 한국의 기준금리 동결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향후 금리 인상 시점을 비롯한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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