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웅 논설위원, 한반도통일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봄빛이 완연하다. 여의도의 명물인 벚꽃 축제도 한창 북적인다. 시인은 봄에 돋는 새싹들이 마치 ‘초등학교 1학년 교실’같다고 읊었다. 뾰족뾰족 돋아나는 새싹들, 이 봄의 전령사가 어린이들이 ‘저요 저요’하면서 손드는 모습을 닮았다는 시인의 안목은 눈부시기만 하다. 

‘봄이 온다’ - 지난 4월 초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는 평양 공연 때 우리가 내건 주제였다. 북한 지도부는 남측이 평화의 새싹으로 ‘봄’을 내세운 사실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을엔 결실을 맺어 ‘가을이 왔다’는 공연의 서울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남북이 16년 만에 이룬 예술 교환과 합동 공연은 양쪽 모두 손을 들어줄 만한 쾌거였다. 봄과 가을만이 아니라 문화예술 교류는 사계절 수시로 자주 열릴수록 좋겠다.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펼쳐진 관중들의 열렬한 박수소리는 봄비만큼이나 상큼했다. 

우리 공연은 최고의 무대라고 할 만 했다. 가수들도 모처럼의 평양 공연에 긴장한 듯 했지만 열창으로 화답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요 무대식의 공연 내용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일부 귀에 익은 노래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처음 듣는 생소한 곡들일 텐데, 가요 일색으로 프로그램을 짠 것은 아마추어의 감각이 아니었을까. 전문적인 식견이 보태졌다면 좀 더 종합 예술다운 무대가 꾸며졌을 거라는 감이 든다. 

그런 점에서 1985년 남북 예술 공연단이 교환 공연을 펼쳤던 사례는 시금석이었다. 당시 우리 예술 공연단은 김정구 씨 등 대중 가수들은 물론, 국악인과 농악 연주, 가곡을 부른 소프라노, 부채춤 등 북한 대중들도 귀에 익는 프로그램을 편성해서 큰 공감을 샀다. 북에서는 만담가라고 불리우는 코미디언 두 분도 공연에 참가해서 문자 그대로 종합 무대를 꾸며냈다. 

남북의 예술 공연은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남북이 4월 27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될 경우 민간 교류는 봇물이 터지듯이 잦아질 것이 틀림없다. 분명한 점은 남북이 서로 진정성 있게,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교류가 훨씬 자주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처럼 성사된 교류가 일방통행식 공연 내용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서로 ‘멋진 바보’로만 평가받는 건 앞으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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