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마트·CJ제일제당 등 국내 유통사 높은 성장잠재력에 대규모 투자

[애플경제=이해리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연평균 6~7%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풍부한 인구, 안정적인 경제성장 등 '포스트 차이나'로 입지를 굳히며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新)남방정책'을 발표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등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4강국 수준으로 격상시킨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아세안과의 교역량을 오는 2020년까지 현재 중국과의 교역수준인 2000억불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올해 첫 해외 순방 국가로 신(新)남방정책의 핵심인 베트남을 찾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키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교역액을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로 끌어올리는데 뜻을 함께 했다.

이에 기업들은 베트남에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이전하는 등 시장 진출 및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베트남과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OTRA)에 따르면 베트남은 2014년만 해도 한국의 6위 수출 대상국이었지만 2015년 4위, 지난해에는 중국, 미국에 이어 3위 수출국으로 발돋움 했다. 한국이 베트남 수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8.5%에서 작년에는 22.1%로 올라갔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에 완제품 생산 설비를 늘리면서 관련 부품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배로 평판 디스플레이 수출은 3배로 늘었다.

무역협회는 오는 2020년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의 수출대상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 경제는 지난해 6.81% 성장했고,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 목표치인 6.7%를 넘긴 7.38%를 기록하는 등 고공 행진하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 인구의 3분의 1은 15세에서 34세 사이의 청년층 연령이어서 소비활동도 활발하다.

무협은 "2015년 12월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한 것도 수출이 급증한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전체 수출이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도 베트남 수출은 24.2%(2015년), 17.5%(2016년)씩 증가했다.

정귀일 무협 연구위원은 "한류(韓流)를 활용해 소비재 수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베트남은 최근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서명했고 EU(유럽연합)와 체결한 FTA가 올해 발효 예정인 만큼 베트남의 세계 무역 네트워크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통·식음료업계, 점포 확장 및 현지 투자 적극적

CJ제일제당은 원료, 식품, 물류, 영화 등 영역으로 베트남 시장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중 특히 식품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베트남에서 김치업체인 킴앤킴, 냉동식품업체 까우제, 수산·미트볼 가공업체 민닷푸드 등을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700억원을 투자해 호찌민 하엡푹 공단에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기지는 올해 7월 완공예정이며 향후 CJ제일제당의 냉장·냉동 제품을 생산한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베트남 식품시장에서 매출 7000억원을 달성하고 'K푸드'와 한국 식문화를 전파하는 동남아 최고 식품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고 있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3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에 호찌민과 하노이 지역에도 추가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CJ프레시웨이도 2012년 베트남 급식 시장에 진출해 호찌민을 중심으로 10개 단체 급식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현지 식자재 유통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현지 1위 종합물류기업 제마뎁을 인수해 시너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 이마트 베트남 1호점 고밥점. /사진=이마트

이마트도 베트남에 향후 3년 동안 총 5496억원을 투자한다. 올해 1383억원과 내년 2135억원, 2020년 1953억원을 점포 확충에 사용할 계획이다. 기존 점포 보완에는 3년 동안 26억원을 쓴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도 올 초 베트남 현지 매장을 직접 둘러보고, 최근 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등 사업 확대 의지를 다졌다. 

이마트는 2015년 호찌민에 1호점 고밥점을 열어 베트남에 첫 진출한 데 이어 내년에는 2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1호점은 철저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지난해 총 5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24.3% 증가한 수치다.

이마트는 2020년까지 베트남에 대형매장 중심으로 4~5개 점포를 연다는 목표다.

오리온은 1995년 초코파이 수출로 베트남에 첫발을 내딛은 후 현재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점유율 63%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초코파이 연간 판매량은 5억 개를 돌파했으며, 2016년에는 연매출 2000억 원을 달성했다. 

오리온은 2006년 호치민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인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09년에는 베트남 북부 지역에 제2공장을 설립해 파이시장뿐 아니라 바스킷 시장 및 감자스낵까지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포카칩으로 알려진 제품을 베트남에서 'O′Star'란 이름으로 출시해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량 6000만 봉지를 돌파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오징어맛, 스테이크맛, 해조류맛, 새우맛 스낵류 제품들을 출시하며 파이뿐 아니라 스낵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특히 오스타(포카칩)의 경우 지난해 10월까지 연간 누적 판매량 6천만 봉지를 돌파하며 베트남 생감자 스낵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1968년 베트남전쟁 파병 군인을 위해 처음 소주를 수출했다. 2016년 배트남 법인을 설립한 하이트진로는 2년 만에 호찌민 지사를 개설했으며, 해외 첫 소주브랜드 전문점 '진로포차'를 열고 현지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 롯데마트 베트남 남사이공점. /사진=롯데마트

베트남에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롯데그룹이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사업에서 1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롯데는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롯데주류는 지난 16일 다낭 국제공항 신터미널 면세점에 소주 '처음처럼'을 입점했다. 롯데주류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처럼은 베트남에서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27%의 성장세를 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약 300만병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주류는 이번 해외 면세점 입점을 통해 처음처럼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 베트남에서 성장함과 동시에 동남아 시장으로 영향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현재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제과 등 16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롯데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를 준비 중인 것과 대조적으로 베트남에서는 2020년까지 점포를 87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임직원 수는 1만1000여명, 누적 투자액은 1조8000억원이다.

롯데는 호찌민시가 베트남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2021년까지 총 사업비 2조원을 투자해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약 10만㎡ 부지에 2조원을 투입해 백화점·쇼핑몰·시네마·호텔·오피스와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다. 

또한 하노이 떠이호구 신도시에는 3300억원을 투자해 2020년에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는 7만3000㎡ 부지에 전체면적 20만㎡ 규모의 쇼핑몰·백화점·마트·시네마 등이 들어선다. 롯데는 이 같은 대규모 복합단지 건설을 통해 현지에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베트남에는 아워홈·SPC·농심 등 여러 국내 업체가 진출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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