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웅 논설위원, 한반도통일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남북관계가 이번엔 잘 풀릴 수 있을까. 남북 정상회담은 평화를 향한 기대와 가능성을 한껏 높여 놨다. 시중에선 주식 값이 들썩였다. 남북 철도와 도로를 연결한다는 판문점 합의는 건설주를 귀하게 만들었다. 평양냉면 식당은 경기불황에도 연일 성업 중이다. 외신들은 평양냉면을 `평화국수`(peace noodle)이라고 이름을 짓기도 했다. 가히 남북 정상회담이 낳은 증후군이라고 할 만 하다.

한편으론 북미 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하고, 미국이 최악의 경우 군사 대응을 선택할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그동안 남북간, 또는 국제 합의를 계속 어겨 와서 생긴 불신감은 핵문제 해결에 큰 장애요소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핵심 의제인 두 차례 연쇄 정상회담, 이 대전환의 서막은 성급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섣부르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전 세계 160개국이 참가, 사상 최대의 인류 축제를 펼쳤다. 그 이전, 모스크바 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미국 등 60여 개국이 불참했고, LA 올림픽은 소련과 동구권 18여 개국이 보이콧을 해서 반쪽 올림픽으로 치렀다.

서울 올림픽은 동서 화합의 맥을 이어서 냉전을 해체하는 국제정치사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올림픽이 끝난 후 2년 사이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은 붕괴, 체제 전환을 했다. 꼭 30년 만에 열린 평창 올림픽은 또 어떤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게 될 지 자못 궁금하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했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핵실험장 폐쇄 등 지속적으로 내딛는 `평화 행진`은 과연 순항할 것인가. 북한이 진정 핵을 폐기할 지, 아니면 핵보유국으로서 `경제 건설 총력노선`의 과실만 따먹으려 할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과정에는 `리비아 모델`이 거론된다. 리비아는 2003년 12월 핵개발 포기 선언을 했고, 2005년 10월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했다. 사찰과 검증 등을 거쳐 핵 폐기까지 1년 10개월이나 걸렸던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만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판문점 선언) 합의를 이행하자면 보다 험난한 여정이 될 수도 있다.

북한과의 협상은 긴 시간 인내와 차분한 협상 준비, 결과와 과정을 함께 중시하는 정책일관성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들떠있고, 의미 있는 결과보다 드러난 과정에 눈길을 더 주고 있지 않은 지 찬찬히 살펴 볼 일이다. 책임 있는 균형 감각이 절실하다. 한, 미 두 나라 모두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면서 북한 핵 폐기에 고도의 집중력을 쏟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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