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웅 논설위원, 한반도통일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김경웅 논설위원, 한반도통일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일본의 저명한 교수, 언론인들은 미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정세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토론은 이틀 동안 마치 달궈진 냄비처럼 뜨거웠다. 일본 프레스 클럽은 명성만큼 날이 선 지적을 이어갔다. 1인당 참가비가 3만원이 넘었는데 객석은 꽉 찼다.

청중들의 질의도 길어져서 다음 일정을 늦춰야만 했다.

회의에서 집약된 의견은 이렇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것이다. 북한 측은 '핵 포기' 선언을 내세우되, 각 단계별로 높고 낮은 허들(난관)을 만들거란 진단이다. 이럴 경우 북한과의 과거 협상 패턴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고, 실패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미국이 추진하는 '완전한 비핵화' 와 북한의 '체제 보장' 요구가 외견상 맞아 떨어진다고 해도, 정치적 수사에 그칠 거란 예상들이 많았다.

북한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러시아 스캔들 등 트럼프가 처한 정치적 고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우선 트럼프 임기 말까지 버티기 전략을 취할 거란 분석도 있었다. 그러면서 북한은 '개방 없는 개혁' 노선을 채택, 경제 지원의 과실만 따먹으려는 속셈이라는 거다.

일본에선 한국이 대북 국제제재를 느슨하게 푸는 조치와 대북 지원에 앞장 서는 상황을 걱정했다. 이에 따라 한, 미, 일 국제공조가 어느 때보다 대단히 중요하며, 북한의 궤도 이탈을 막는 유일한 방도라는 것이다.

일본 지식인들은 북한 핵문제가 뒤로 처진 채, 한반도의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채결이 거론되는 현상을 못마땅하게 봤다. 본말이 전도됐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란 평가다.

혹시 미북이 '과속 데이트'를 하는 게 아니냐, 북한 핵 폐기는 '단계적'으로 하되 제재 해제를 비롯한 북한 측 요구는 '동시적'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이에 대해 한국은 짐짓 모르는 척 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도 엿보였다.

이런 관점들은 물론 일본의 국익을 비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합의 파기, 약속 불이행을 손바닥 뒤집듯 해왔던 사례들에 비추면 참고는 할 만 하다. 대북 협상은 무엇보다 신중하고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역사적 경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미, 일 국제공조는 북한 핵 폐기에 최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다른 의제는 그 이후다.

핵 참화로 부터의 해방, 이보다 앞서는 일은 없다. '좋은 전쟁'도 우리에겐 해당 사항이 아니다. 전쟁은 미리 꼭 막아야 한다. 행여나 북한이 주도권을 쥐는 '나쁜 평화' 역시 바람직한 상태가 될 수 없다. 오직 지속가능한 '좋은 평화'만이 우리가 써내야 할 최선의 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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