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백화점 등 “냉방 잘된 실내 인기”, 성수기 제품들 불티

폭염이 지속되면서 냉방시설이 잘 된 도서관, 백화점, 호텔 등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별마당 도서관의 모습. /사진=유현숙 기자
폭염이 지속되면서 냉방시설이 잘 된 도서관, 백화점, 호텔 등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별마당 도서관의 모습. /사진=유현숙 기자

연일 체감기온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다보니 냉방이 잘된 옥내나 대형 매장, 호텔 등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도서관, 백화점, 호텔 등은 이른바 ‘피서 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도심 속 피서지로 변신하고 있다. 북캉스, 백캉스, 호캉스 등 신조어도 등장하는 가운데, 기록적인 폭염이 생활경제와 국가 산업 지형마저 바꾸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어콘 ‘빵빵’…도서관, 백화점, 호텔 ‘북새통’

북캉스는 책을 뜻하는 북(Book)과 휴가를 의미하는 바캉스(Vacance)의 합성어다. 전기요금 걱정에 집에서는 에어컨을 마음대로 켜지 못하지만 가까운 도서관을 방문해 쾌적한 환경에서 무더위를 피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상계숲속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주부 A씨는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아 시원한 환경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백캉스는 백화점과 바캉스의 합성어다. 시원한 실내에서 쇼핑과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업계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백캉스 고객 잡기에 분주하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7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7%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역시 9.2%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11~31일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8% 늘었다.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서울 마포구 L7 홍대 루프탑수영장. /사진=이해리 기자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서울 마포구 L7 홍대 루프탑수영장. /사진=이해리 기자

특히 현대백화점은 7월 한 달 간 고객 체류 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가량 증가한 평균 3시간 30분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명 여행지로 떠나는 것보다 집 근처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호캉스족'도 급증했다. 호캉스는 호텔(hotel)과 바캉스(vacance)의 합성어다.

종합 숙박 앱 '여기어때'에 따르면 올해 7월 한 달 동안 서울지역 호텔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분의 1 이상 급증했다. 지난 6월 거래 건수도 전년 동기 보다 20% 늘었다. 실내·야외 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등 호텔뿐만 아니라 도심 중심부에 위치해 주변 시설까지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휴가를 떠나는 대신 집에서 피서를 즐기는 '홈캉스(Home+Vacance)'족도 늘어나는 가운데 집에서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방콕쇼핑'도 급증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최근 한 달(7월 13일~8월 12일)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식품, 가전, 건강 등 주요 품목군이 대부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한 달간 이베이코리아 품목별 매출 신장율. /사진=이베이코리아
최근 한 달간 이베이코리아 품목별 매출 신장율. /사진=이베이코리아

◆대형가전, 신선 간편식 매출 ‘역대 최고’ 기록도

특히 신선·가공식품 등 장보기 재료의 성장세가 컸고, TV·냉장고 등 대형가전 역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더위에 외출을 피하고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이들이 늘면서 식품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이 기간 G마켓에 따르면 신선식품 판매량이 이곳에서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으며, 가공식품도 9% 더 팔렸다. 음료·커피도 특수를 누렸다. G마켓은 17%, 옥션은 22%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스포츠음료가 G마켓(96%)과 옥션(131%) 모두 2배씩 늘었다. 탄산수도 각각 62%, 50% 상승했다.

가급적 불을 쓰지 않고도 전자레인지 등으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매출도 크게 늘었다. CJ제일제당의 간편식 냉면은 지난 7월 한 달간 100억 원 이상 팔리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2% 이상 성장했고, 지난 6월 역대 최고 매출이었던 80억 원을 경신했다. 여름 성수기 상품들도 불티나게 팔리며, 품목에 따라선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냉면의 경우 성수기인 5월부터 7월에 이르는 기간에만 250억 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2년 전인 2016년 성수기 매출보다 무려 30% 가까이 오른 수치다. 

롯데마트의 경우 즉석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늘었다. 특히 컵 비빔밥은 절반 이상이나 늘어났다. 가정간편식 삼계탕 매출은 같은 기간 3분의 1 이상 증가했고, 이로 인해 전체 ‘즉석국 탕’ 매출이 약 24% 가량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유통 전문가들은 “폭염은 물론, 폭설이나 혹한 등 기상변화가 산업 지형을 바꾸는 경향이 날로 심해질 것”이라며 이른바 ‘기후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글 ․ 사진=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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