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조 이상 대기업 제외한 ICT기업, ‘기존 은행의 재벌 지분은 높여’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의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가시화 되고 있다. 사진은 은행과 증권가가 밀집한 여의도 오피스 풍경.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의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가시화 되고 있다. 사진은 은행과 증권가가 밀집한 여의도 오피스 풍경.

은산분리 규제완화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가시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논의가 이루어진 건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하되, IT·ICT계열 사업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도다. 대신에 기존 재벌 등 대기업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현행 4%에서 34%까지 완화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주된 목적은 IT·ICT산업과 같은 첨단산업의 활성화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의 대표 발의안이 은행업법 개정이 아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 형태를 취하고 있는 까닭도 재벌기업을 제외하고 IT계열 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본래의 은산분리 원칙은 지키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를 인정한다는 취지다.

현재 주요 쟁점은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한 ▲IT·ICT계열 사업비중 50%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발행주식 보유한도 등이다. 추가로 어느 수준까지 논의되는가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기업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유력하게 떠오른 내용으로는 ICT기업에 대해서는 ‘10조원 제한’과 ‘개인 총수 제한’, 즉 총수가 지배하는 기업을 배제하는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향으로 전개되면 카카오, 네이버 등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경우 현재 자산규모가 각각 8조원대, 7조원대로 10조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과가 특히 주목된다. 다만, ICT기업의 범위를 어떻게 제한할지에 대한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다. 

이와 함께 IT·ICT계열 사업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삼성전자·SK텔레콤의 경우, 제조업 등의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IT계열 사업비중 50%’ 선에 당장은 못 미친다. 그럼에도 향후 사업비중을 확대할 수도 있어 ‘재벌기업 사금고화’에 대한 우려도 완전히 떨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재벌 등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어느 선까지 보유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핫이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위원들은 강석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통해 보유한도를 50%까지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10일 지분 보유한도를 25%로 묶을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대표발의해 규제완화에 제동을 걸었다. 현재 가장 힘이 실리고 있는 범위는 정재호 의원안인 34%로 알려졌으나 규제완화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어떻게 변할지 상황을 두고 봐야할 전망이다.

은산분리 규제완화는 소위 재벌기업의 사금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만큼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은산분리 규제완화와 관련된 법안은 예정대로라면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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