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 논설위원.
객원 논설위원.

중국은 역시 칠면조 같은 나라인가. 전문가들도 알듯 모를 듯 갸우뚱한 것이 중국 사회라고 한다. 그만큼 변화가 무쌍하고, 속은 제대로 알기 어렵다. 중국이라면 얼추 60여회 넘도록 들락거렸다. 천자문은 어릴 때부터 외어야 하는 고역이었다.

삼국지 인물들의 술자리 담화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몇차례나 정독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 수록 중국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

지금 중국은 다시 큰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감이 든다. 중국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개방 흐름과 정치적 통제의 필요성을 함께 안고 있다. 과연 이 두 가지 현상이 병존할 수 있을 지, 정치학도들은 관심을 모을 만 하다고 하겠다. 

1년 만에 찿은 베이징은 대기 오염이 조금 나아졌을 뿐 여전했다. 회의는 더운 날씨로 해서 인근의 외곽 도시를 택했다. 공항을 오가면서 안 사실이지만, 베이징으로 다시 진입하려면 엄격한 검문을 거쳐야 했다. 베이징 수도 공항의 안전 검색도 더욱 치밀해졌다. 아예 공항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공안의 간이 검색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근래에는 불심검문을 하다가 휴대폰 검사도 수시로 병행한다고 한다. 이 검색에 사용되는 휴대폰 스캐너는 소형 노트북처럼 생겼으며, 이를 통해 개인들의 저장 정보를 빼낸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전국 곳곳에 2억대에 달하는 CCTV를 단일망으로 묶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식 '빅 브라더', '14억 총감시 사회'라는 비판이 실감나는 사례다.

미국과 벌이는 무역 분쟁은 중국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는 다른 지표다. 중국이 겪는 충격은 컸다. 전문가들이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왔던 낙관적 전망을 잠재울 정도였다. 칭화대 동문들은 중국 국력의 미국 추월론을 주장해온 후안강 교수를 해임하라고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결제은행은 중국 경제에 경고음을 냈다. 기업 부채비율은 GDP대비 168%로서 미국(72%)이나 유럽(105%)보다 나쁘다. 부동산 개발 투자액은 10조 위안을 넘어 거품이 넘친다는 지적이다. 대표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의 주가는 20~30% 하락중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는 283억 달러에 달했다. 20년만에 첫 번째로 엄청난 마이너스 무역을 한 셈이다.

중국은 거대한 덩치를 가졌으나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위대한 국가는 지구촌의 존경을 받아야 가능하다.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에서 위안화를 퍼부어도 중국 기업들이 다시 거두어 가고, 해당국은 빚만 안겨줘서 벌써부터 위안화 사양 분위기는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이 채무 제국주의(debt imperialism)로 치부되는 한 위대한 나라와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다. 개방과 통제의 기로에 선 중국, 이 두 가지 현상의 병존은 힘들다는 진실을 깨닫게 될 때, 존경받는 나라의 출발점에 서게 될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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