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화재에도 “가장 안전한 차” 선전…중고 시세 하락, “씨 말랐다”

사진=이해리 기자.

BMW 차량 화재 사태가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났다. 현재 긴급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은 운행이 제한되고, 지난 20일부터는 잇달아 화재가 발생한 520d 모델을 포함한 42개 차종을 대상으로 리콜도 시작됐다.

BMW코리아 측은 화재 원인을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부품으로 지목했다. 이번 리콜은 EGR을 교체하고 파이프를 씻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연장 근무 등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리콜을 끝마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오후 BMW 공식 딜러인 한독모터스 강북서비스센터를 방문해 보니 전시장에 붙어있는 ‘국토부 선정 2017 가장 안전한 차’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평가대상 11개 차종 가운데 BMW 520d에 대해 최고 점수인 99.1점을 주고 ‘올해의 안전한 차’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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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42건의 차량화재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버젓이 홍보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BMW 520d 소유주 최모씨는 “안전진단을 받았지만 여전한 불안감에 소화기를 가지고 다닌다”며 “국토부 조사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차량 소유주들은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대한 불만도 컸다. 화재 사고 이후 BMW 중고차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팔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도봉구에서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는 오씨는 “BMW를 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면서 “구한다는 사람이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안전진단이 마무리되고 있어 서비스센터에 드나드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18일 자정 기준으로 안전진단을 끝낸 차량은 9만8500대, 예약 상태인 차량은 5400대다. 아직 예약조차 하지 않은 차량이 2400여대 가량 남아 있다.

서비스센터 한편에는 리콜 대상 BMW 차량에 대한 EGR 모듈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몇 가지 질문을 하자 담소를 나누던 직원들은 아무것도 답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사진 촬영도 모두 거부했다. 

BMW코리아는 통상적으로 리콜 기간이 1~2년이 걸리는 리콜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전국 61개 BMW 서비스센터를 비상근무체제로 운영한다. 평일 오후 10시, 주말은 오후 4시까지 연장근무를 진행해 연내 완료한다는 목표다.

사진=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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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코리아 측은 “사태가 중대한 만큼 독일 본사에서 EGR을 항공편으로 공수하겠다”며 부품 수급을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이지만 하루 1400대 가량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소비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한 가운데 차량 소유자 중 일부는 회사 측인 밝힌 화재 원인을 믿을 수 없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객관적인 원인 규명 없이 이뤄지고 있는 리콜 조치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해온은 21일 리콜 대상 BMW 차량의 집단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15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해온은 BMW 차량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소비자협회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해온에 따르면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하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이 1500명을 넘었다.

구본승 해온 대표변호사는 “이번주내에 소송 참여자들과 개별계약을 거쳐 이달 중으로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리콜이 시작됐지만 일부 차주들은 연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차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소송 참여자가 앞으로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온은 이와 같은 추세라면 1차 소송 참여자가 2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협회와 해온은 오는 24일까지 1차 집단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또한 집단소송에 따른 채권 확보를 위해 인천 BMW 드라이빙센터의 건물과 부지사용권, BMW코리아가 입주한 서울 회현동 스테이트타워의 임차보증금 등 BMW코리아 소유로 추정되는 자산에 대해 가압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온 측은 “집단소송 참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다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BMW 측의 자산 가압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글, 사진=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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