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문가들 “지난해보다 조사 대상에 저소득층 과도한 비율로 늘려” 논란
신임 통계청장, ‘통계 표본 오류’ 신뢰도 의문 제기, “청와대 소득주도성장 재확인”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 사진=YTN 뉴스 갈무리.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 사진=YTN 뉴스 갈무리.

26일 황수경 통계청장이 적격 교체되면서 최근 있은 통계청의 가계소득과 고용에 관한 통계 결과를 둔 논란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날 황 청장을 경질하고, 대신 보건사회연구원 출신인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

강 신임청장은 공교롭게도 최근 통계청의 잇딴 통계의 신뢰성을 두고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는 등 논란의 불씨를 지핀 당사자다. 특히 지난 달엔 올해 1분기에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한해 전보다 8%나 줄었다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대해 노동연구원과 함께 그 내용이 부정확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4일 있은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보고서에서 역시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줄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한층 논란을 키운 근거가 되기도 했다.

당시 신뢰도 논란이 불거진 것은 올해 가계동향 조사 대상이 되는 가구(표본)가 크게 변화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전년동기 대비~’ 식의 시계열 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빈곤층이 많은 고령층이 새로운 조사 대상으로 많이 유입되었다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이 새로 많이 들어오면서 최하위 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강신욱 신임 청장과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이런 주장과 함께 그 문제를 지적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당시 이들이 제출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이 올해 1분기에 조사한 표본 가구는 모두 6610개(응답 기준)인데, 이 가운데 2703개(40.8%)는 지난해 조사 때와 같지만, 나머지 3907개(59.2%)는 새로 추가됐다. 이를 두고 “교체 폭이 이례적으로 컸고 새로 추가된 표본에 소득이 낮은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생긴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최하위 소득 10%에서 추가 표본, 즉 새롭게 조사 대상이 된 저소득층의 비중은 71.8%로, 다른 소득(상위 20%를 비롯한 중상위 소득) 분위의 조사 대상으로 새로 추가된 가구의 비중(50%대)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전체 가구의 소득증가율이 실제보다 낮은 것처럼 보이고, 특히 최하위 소득은 대폭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보고서는 “통계청의 새로운 조사 표본에 근거하면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명목 기준·1인 가구 포함)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에 그친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조사 때와 동일한 가구들만 비교하면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이 4배 가까운 7.8%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통계청 조사 표본에 근거하면, 하위 10%와 하위 10~20% 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1%, 13.2%나 크게 감소했지만, 지난해 조사 때와 동일한 가구만 놓고 비교한 결과, 하위 10%는 0.5% 감소에 그치고, 하위 10~20% 소득은 오히려 1.9%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최근의 고용과 소득분배 지표 악화 책임을 모두 소득주도성장에만 돌리는 것도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신성장 산업의 발굴·육성 지연,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성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이 장기간 누적된 결과로 보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일부 진보 성향은 언론들은 특히 “소득주도성장으로 마치 경제가 곧 파탄 날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지나치다. 최근 경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혼재돼 있다. 취업자 증가나 설비투자 등은 부진하지만 수출은 계속 호조를 이어가고 있고 소비도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옹호하는 논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노동연구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통계청 조사 결과를 재검토하면, 평균 가구 소득 증가율이 많이 높아지고, 최하위 소득집단의 소득이 많이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분배가 악화한 것은 고소득 가구의 소득 증가 폭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보수 진영에서 강조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거나 자영업자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구 소득이 예년보다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비판의 근거도 사라진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애초 최저임금 인상 및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실패했다는 거센 비판에 시달리면서, 정책 책임자인 홍장표 경제수석을 경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두 번째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통계가 발표된 직후 이런 논란이 가열되자, 이번엔 통계청장을 경질함으로써 ‘정면돌파’를 선언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도 통계청을 상대로 이런 논란의 배경이 된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계 역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실패했다는 일부의 비판이 너무 성급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고 반응하면서 “통계청 조사 분석에 대한 정확한 경위 파악과 정책적 의미에 대한 분석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통계청 측은 이에 대해 “표본 차이로 2017년과 2018년을 시계열로 연결해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한 점이 있는데, 발표 당시 이런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주의가 있었다고 청와대와 기재부에 보고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처음 통계의 신뢰도 논란이 일 무렵 “표본 가구 수 변화가 통계에 미친 영향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유사하므로 소득분배 지표로 계속 활용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론에 밝힌 입장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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