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물폭탄’에 뒷북, “미처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도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와 ‘중계’ 수준의 뒷북 특보가 원성을 사고 있다. 그 때문에 미처 완벽한 대책을 세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물폭탄’이 쏟아지고 갖가지 피해가 줄을 이었다는 비판이다.

어제 저녁 7시가 조금 지날 무렵. 기상청은 서울에 호우경보를 내렸다. 그전까지 인천과 경기 북부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상태였지만, 서울엔 호우 예비특보도 없었다. 주의보를 건너뛰고 갑자기 호우경보를 발표한 것이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지역별 예보도 빗나갔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경우 기상청은 저녁 6시대에는 10~19mm, 이후에는 차차 더 적은 비가 내릴 걸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이날 저녁 앞이 안 보일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시민들은 “기상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절반은 믿고 절반은 안 믿는 심정”이라고 불안해 했다.

한편 기상청측은 29일밤 각 언론매체에게 문자를 통해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면서 “북쪽으로 올라가던 비구름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내려왔고, 좁은 지역에 비가 집중되는 정도도 예상을 뛰어넘었”고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하루 예상 강수량을 150mm 정도로 봤지만, 그런 무지막지한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곤 예상치 못해 예비특보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28일부터 오늘(30일) 새벽까지 서울과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시간당 50~100㎜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현재까지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1천900여곳의 주택과 상가가 물에 잠겼고, 전국적으로 636ha에 이르는 농작물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서울 은평과 도봉 등에서 117세대 18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370여명은 폭우 피해를 우려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인천 강화. 경기 포천, 강원 양구·춘천·가평에 산사태 경보가 내려졌으며 서울 성북 등 7개구를 비롯해 인천과 경기, 강원 일부 지역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됐다.

도로가 통제되었던 서울 동부간선도로 등도 오늘 아침에야 일부 풀렸다. 지난 28일부터 내린 비의 양은 경기도 고양 주교동 519㎜, 서울 도봉 489㎜, 의정부 461㎜ 등이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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