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선고 피해자 배상 ‘소멸시효 적용 안돼’, ‘이중배상 규정 법률은 위헌’

헌재 ‘과거사 배상’ 헌법재판소가 과거사 사건과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자가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민주화운동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민주화운동 관련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또 과거사 사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때 민법상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즉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한다’는 민법 조항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규정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이 국가배상 요건을 엄격하게 봤던 판례들을 사실상 뒤집은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배상청구 여지를 넓힌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소멸시효 6개월’ 등의 벽에 가로막혀 배상금을 받지 못했던 일부 피해자들은 법원에 재심 청구가 가능해졌다. 반면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긴급조치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헌재에서도 인정되지 않아 피해자들을 온전히 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유가족은 진상규명 결정을 안 날로부터 3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는 재심 무죄 판결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면 국가배상 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날 결정으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 당사자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1심 판결로 국가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미리 받았다가 소멸시효를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로 갑자기 제한한 2013년 대법원 판결로 이자까지 붙여 도로 국가에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인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의 박동운씨 등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헌재는 또 이날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이들도 ‘정신적 손해’에 한해 추가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하는 과거사 피해자들은 여전히 많다.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 사람들만 재심이 가능하다.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똑같은 사안이라도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 ‘비청구인’에게도 전면 적용되는 형법 조항의 위헌 결정과 달리 민법 조항의 위헌 결정은 청구 당사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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