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귀국 남성, 공항 통과 2시간30분 만에 ‘확진’, 서울대병원 격리

사진 : 3년만에 메르스 공포가 되살아났다. 사진은 한 민간업체가 개발한 메르스 등 감염질환 판별용 열화상 카메라 피사체로서, 본문 기사와는 무관함.
사진 : 3년만에 메르스 공포가 되살아났다. 사진은 한 민간업체가 개발한 메르스 등 감염질환 판별용 열화상 카메라 피사체로서, 본문 기사와는 무관함.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한 질병관리본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더 격상시켰다. 격리된 밀접접촉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초기 확산 방지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9일까지 파악된 메르스 확진 환자와의 밀접접촉자는 22명으로, 8일 발표 때보다 2명 더 늘어났다. 환자를 공항에서 병원까지 태운 택시기사 1명과 입국 당시 환자가 탑승했던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 1명이 추가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확진 환자와 같은 항공기에 탔던 승객 등 일반접촉자 440명도 의심증상이 나타날 경우 관할 보건소에 연락하도록 하는 등 2주 동안 수동감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3년 만에 발생한 메르스 환자가 공항 검역 과정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입국장을 통과했다가 2시간 30분 후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3주 간의 쿠웨이트 출장을 마친 61살 남성은 7일 오후 4시 51분,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322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에는 승객 409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 몸이 좋지 않았던 남성은 미리 요청한 휠체어를 타고, 5시 13분, 10번 게이트를 통해 검역소에 도착했다.

이때 체온은 36.3도로 정상, 복용하는 약은 없었지만, 10일 전 설사 증상이 있었다고 본인이 말했다. 검역관은 감염병보단 장 질환에 무게를 두고, 메르스 주의 안내를 하며 통과시켰다. 환자는 20여 분간 공항에 머문 뒤 마중 나온 부인과 함께 5시 38분 리무진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이동 중, 삼성서울병원에 전화해 증상, 중동 방문 이력을 설명했고, 7시 22분, 응급실 외부에 위치한 선별 격리실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병원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 일상에 노출된 것이다.

중동에서 입국했고, 휠체어를 탔으며, 쿠웨이트 현지 병원을 방문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는데도 검역관이 격리조치 하지 않은 게 적합한 판단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만약 이 환자가 스스로 병원을 찾지 않고 집이나 다중복합시설 등을 거쳤다면 상황은 더 악화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확진을 받은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을 경유해 서울대병원에 격리된 것과 관련해 삼성병원 측은 현재로선 병원의 감염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언론에게 “환자 도착 즉시 응급실 외부 격리진료소로 선제격리 조치한 후 메르스를 의심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다”며 “노출된 환자는 없었고 의료진도 적절한 보호용구 착용 후 응대한 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자택 격리 중으로, 현재 병원의 메르스 감염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서 현재까지 파악한 밀접접촉자는 환자의 가족 1명을 포함해 귀국 항공기 편의 승무원 3명과 탑승객 10명, 삼성서울병원 등 의료진 4명 등 모두 22명이다. 서울대병원에 격리돼 있는 메르스 확진 환자 현재 위독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확진 직후인 9일 메르스 대응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보건당국에 철저한 대처를 당부했다. 이 총리는 “당국의 홈페이지나 온라인까지 동원해 모든 상황에 대비한 설명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해야 국민들이 덜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3년여 만에 다시 발생함에 따라 8일 오후부터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가동했다.

행안부는 앞서 서울시에 상황관리관을 파견하는 한편 17개 시·도 재난안전실장과 질병관리본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영상회의를 열고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밀접접촉자 관리방안 등을 협의했다. 

서울시도 메르스 대책반을 가동하고, 질병관리본부와 협력해 확진 환자 접촉자를 추가로 파악하고 모니터링에 주력하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선제적 대처로 극복했던 경험을 살려 초기 확산을 차단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오전 환자 A씨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을 방문하고 “환자가 입국 때 이용한 해당 항공기 승객 전원을 관리해야 한다”며 환자의 초기 이동 경로와 과정을 점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비행기 안이 밀폐된 공간이고, 확진환자가 비즈니스석에 탔다고는 하지만 화장실은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반 이코노미 승객도 다 이용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확진환자와 같은 비행기에 탔던 400명을 분석해 환승한 사람까지 다 통보해줘야 한다”면서 “이들 중 누구 하나 발병이 된다면 2015년처럼 심각한 혼란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시장은 확진환자와 밀접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21명 외에도 추가로 조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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