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현장에서 흙막이가 무너져 인근 상도유치원이 20도 정도 기울어져 붕괴위기에 내몰리는 인재(人災)가 발생했다. 밤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에 대낮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자칫 122명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지자체와 유치원간의 설명과 발표된 내용들을 들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건물 붕괴 사고는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사전에 이미 징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상도유치원은 올해 3월 다세대주택 신축 공사 진행과 관련, 이미 안전을 우려하고 동작구청 건축과에 점검을 요청했으나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절당했다.

결국 서울시립대 이수곤 토목공학과 교수에게 안전 진단을 의뢰한 결과, 붕괴 위험성이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구청의 반응은 가관이었다. 건축 관계자에게 전문가 의견서를 전달했다고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건축 관계자에게 보낸 문서가 설계사와 시공사에만 전달되었고, 공사 감독을 하는 감리사나 그 지정 권한을 갖는 건축주에게는 닿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긴급회의에 참석해줄 것도 요청했지만 다른 민원이 있다는 핑계로 그 누구 하나 나오질 않았다. 그리곤 이튿날 사고가 일어났다.

단적으로 이번 사고는 구청의 기본적인 조치만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인재(人災)라고 해야 옳다. 사고가 일어난 다음에야 비로소 허둥지둥 수습에 나서는 당국과 지자체들이 으레 다짐하는 말이 있다. 이른바 ‘재발 방지’다. 하지만 그런 후에도 똑같은 사고는 빈발하곤 했다.

과거 성수대교·삼풍백화점ㆍ용산 상가건물 등 붕괴사고는 국가적으로 수치스러운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지금도 건설 현장마다 '안전제일' 이라는 구호를 대문짝만 하게 걸어놓곤 하지만, 추락이나 타워크레인 붕괴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사고가 뉴스를 장식한다.

그 모든 것이 인재이자, 안전불감증의 결과다. 그 동안 인재로 인해 우리는 늘 큰 고통과 함께 무고한 희생을 겪어왔고, 그때마다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결국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뿐이었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안전제일의 원칙에 충실하고, 적극적인 안전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에 경찰은 철저하게 전후 사실을 수사한 후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사고 직후 강조한 ‘재발 방지’ 다짐이 또 재발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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