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사실상 재벌 금융자본 진입 장벽 없애 ‘규제조항 시행령에만’

사진은 OTP전문업체가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에 공급한 OTP 인증시스템이며,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OTP전문업체가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에 공급한 OTP 인증시스템이며,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여야가 17일 논란의 대상인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을 비롯하여 상가임대차보호법, 규제프리존법 등을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시장 왜곡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 장치로 그 필요성이 강조되어왔다. 그러나 여야, 특히 건물주의 입장을 고려한 자유한국당의 견제로 인해 국회 통과가 지연되어왔다.

이번 합의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과 규제프리존법 등을 처리하기로 한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이는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다르게, 대기업 투자를 위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완화법은 은산분리의 벽을 무너뜨리는 전조가 될 것이란게 시민사회의 우려다.

알려지기론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산업자본 즉 대기업을 포함한 산업체의 금융회사 지분을 최대 34%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은산분리 완화 대상으로 네이버·카카오에 특혜 주고 이들이 인터넷 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빅딜’의 결과다.

대신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삼성을 비롯한 재벌은행이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 본래 여당인 민주당 내에선 재벌은행 등장을 막기 위해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는 이른바 ‘10조원 룰’을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법 개정없이 시행령에 ‘10조 룰’과 ‘정보통신업(ICT) 또는 전자상거래업이 50% 이상일 경우 10조 룰의 예외로 둔다’는 요건을 나란히 반영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카카오·네이버 등 정보통신업에 특혜를 줄 수 있고, 자유한국당은 나중에 집권하면 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재벌에게 은행을 허용할 통로를 확보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인터넷은행법의 취지를 벗어나 그 하위의 대통령령인 시행령에서 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정도의 규제완화를 담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따른다.

이처럼 여야가 서로 쟁점 하나씩 주고받기 한 듯한 결과, 장차 삼성은행, 현대은행, SK은행 등이 등장할 가능성은 한층 커진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법안들을 논의했다며 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한 것을 토대로 이들 법안을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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