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질 듯 ‘ICT산업 통한 일자리 창출 vs 대기업 사금고화’

서울 종로 은행가의 모습.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사진=애플경제DB
서울 종로 은행가의 모습.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사진=애플경제DB

정부가 ICT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금융업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특례법 합의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17일 오전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8월 임시국회서부터 끌고 온 법안들에 대해 논의한 끝에 마무리 지었다. 

여야가 추석 전인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 상가임대차보호법, 규제프리존법 등 민생·개혁 법안을 일괄 처리하기로 했다.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했던 법안들 중 가장 쟁점이었던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 즉 은산분리 관련해서 여야가 전격 합의한 것이 주효했다. 논의에 진척이 없이 8월 임시국회에서 9월로 넘어오면서 여야는 조속한 본회의 처리를 위해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 쟁점 조항을 나란히 본문에서 빼고 시행령에 싣기로 합의했다.

당초 여당의 당론은 은산분리 대상에서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대기업)’을 제외하고, ICT(정보통신업)기업에 대해 ‘10조 룰’을 배제하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이 ICT기업에만 ‘10조 룰’을 예외로 해줄 경우 특혜라고 반대하며, 대기업을 비롯한 모든 기업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은산분리 완화 대상은 법에서 제한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억제,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을 감안해 대통령령에서 제한하기로 우회하면서 시행령에서 대기업을 제외하는 데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10조 룰’과 자유한국당의 ‘ICT 특혜 반대’를 맞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규제완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카카오·네이버·KT 등 ICT기업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서 4차 산업혁명의 최전방에 있는 IT·ICT산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기존 은행업계에 대한 ‘메기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 주장해온 ‘은산분리 완화 대상 제한 금지’ 주장이 관철되면서 규제완화의 정도가 기존 예상보다 더 물렁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 SK, 현대, LG 등 대기업도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같은 날 오후 더불어민주당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대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지도부 간 합의한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은 ‘대기업 제외’ 조항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일부 의원들을 비롯해 정의당과 시민단체 등이 특례법안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핵심적이었던 ‘은산분리 완화 대상’을 법적으로 제한하지 않기로 한 부분이 반발을 키웠다. 

여야가 정권의 재량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시행령으로 합의를 도출하고 본회의 처리까지 합의한 상황이지만,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완화가 ‘재벌·대기업의 사금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금융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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