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가습기 시범케이스로’ 여론, 박 법무 “확대 추진” 언급

/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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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BMW 차량 화재사고 피해자 등을 만나 집단소송제를 조속히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17일 서울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을 위한 현장정책 간담회’를 열고 BMW 화재·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박장관은 “집단적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큰 분야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소송 허가요건과 집단소송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BMW 차량의 연쇄 화재 사고를 비롯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지난해 생리대 발암물질 파동에 이어 라돈침대 사태까지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잇따랐지만 다수의 피해자 구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번 간담회는 실제 피해자 등의 의견을 듣고 제도 개선 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집단소송제란 기업의 불법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일부가 전체를 대표해 소송을 수행하면 판결 효력이 피해자 모두에게 미치는 ‘집단(일괄)구제’ 제도다. 국내는 증권 분야로 소송 대상이 국한돼 있다. 

박 장관은 “실효적인 피해구제와 사전 예방을 위해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로 다른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집단소송제도를 증권 분야 외에도 제조물 책임, 금융투자상품, 식품 분야 등에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는 소비자 집단소송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은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 할부거래, 방문판매 등으로 인한 피해에도 소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채이배 바른 미래당 의원도 지난 7월 “BMW 화재 사태를 계기로 다시 집단소송제도도입 논의가 되어야 한다”며 “바른 미래당은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제도와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제정에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조만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심사를 적극 지원하는 등 조속히 집단소송제가 확대 도입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처벌 체계 보완 없이 집단소송제의 범위만 확대한다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 위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들은 보험가입 등 집단소송 배상을 미리 대비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보험료 마련도 쉽지 않아 집단소송 한 번에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집단소송제 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BMW 차주들의 민사 고발 결과가 BMW 차주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었다면 BMW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을 것이라는 것이다. 

거대한 기업 앞에 개인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만 보더라도 2011년 의문의 폐 질환자 발생과 가습기 살균제의 원인관계가 밝혀졌지만 5년이 지난 2016년도에나 옥시 전 CEO들을 소환했다.

기업에 개인이 피해를 보게 되면 소송을 통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송의 비용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시간도 부담이다. 영국이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등이 갖춰져 있어 이를 통한 배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제도 도입이 기업의 책임감을 높여 가습기 살균제 사건, BMW 화재 사태 등과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배상이 보장된다는 측면과 함께 기업들의 부당한 행위를 철저히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도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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