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 자금 집중 현상 해소해야
기업투자 활성화 필요성 강조… 금융당국도 투자시장 재정비 추진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총재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의 모습./사진=한국은행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총재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의 모습./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을 저금리에 두는 금융불균형 누증을 언급하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4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금융불균형 누증을 점진적으로 해소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의 증가와 부동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는 금융불균형 누증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리를 1.50%로 인상한 이후 1년 가까이 동결해왔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되었으나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경제위기 등 때마다 대외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았고, 소비 여력이 금리인상을 뒷받침할 만큼에 미치지 못하는 등 국내 경기지표가 좋지 못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해 한미간 금리역전 차이가 0.75%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금리역전 차이만으로 급격한 외국자본 유출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해도 연내 금리역전차가 1.00%까지 벌어지는 상황은 한은으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이 총재의 발언은 오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으로 금리인상 시그널이 있었던 점도 10월 인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경제 상황이 수출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업투자는 미흡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미래를 위한 투자인 기업투자가 소홀한 측면이 있어 투자 개선을 위해 합리적인 규제 완화 등 투자 심리를 높여 성장기반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금융불균형 누증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인 셈이다. 기업투자 분야로 부동산시장에 몰린 자금을 효과적으로 유인할 수 있다면 벤처·창업 육성과 함께 부동산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에 의한 혁신기업 생태계 구축을 개혁 방향으로 삼고 규제체계를 정비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이고 활발해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니콘 기업을 다수 발굴해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국내 기업투자, 특히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시장은 굉장히 소극적이다. 단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역량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볼 수 있는 것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 수이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미국이 116개로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이 64개로 괄목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니콘 기업은 단 3곳이다.

국내 유니콘 기업을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성장단계에 맞는 투자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다. 외국에 비해 국내 벤처투자자금 비중은 민간자금의 비중이 매우 낮고, 대부분 정책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불균형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비상장기업 등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이 미흡하다.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 모두 투자를 참여하는 데 문제가 없는 상장기업과 달리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매우 적고, 전문가 투자도 제한된 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대다수의 기업이 지속적인 투자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소액공모 등을 활용한다고 해도 제한이 있어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보기 어렵다.

이러한 금융투자시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소액공모 조달금액을 늘리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크라우드펀딩 발행인제한도 최소화하고 이 역시 조달금액을 확대한다. 사모발행은 공사모 구분 기준을 변경하고 공개적인 자금모집을 허용하기로 했다.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 증가를 방지하고, 금융투자시장 재정비를 통해 자금줄을 부동산시장에서 기업투자로 돌려 금융불균형 누증을 해소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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