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ㆍ칼럼니스트.
시인ㆍ칼럼니스트.

장 자크 루소는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고 했다. 외로움은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 엄습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외로움’을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로체스터대 심리학 교수 해리 라이스는 ‘대개 심한 외로움은 곁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느낀다’고 말한다. 이른바 ‘군중 속의 고독’이란 얘기다.

성별을 불문하고 성인의 사회적 고립감은 수면 장애, 고혈압, 우울증과 자살의 위험 증가 등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이어지며, 현재 얼마나 외로우냐가 그날 밤의 숙면 여부만이 아니라 1년 뒤의 우울증까지 예측해 준다고 한다. 또한 외로움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면역체계를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외로울수록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밝힌 바 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는 자살을 놓고 찬반양론이 벌어지는 대목이 나온다.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산간 마을을 찾았다가 로테라는 여인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 그리고 로테의 약혼자인 알베르트. 그 둘은 격론을 벌인다. 결국 로테에게 사랑을 고백했으나 실연당한 베르테르는 정신적 고통과 절망을 이기지 못한 채 알베르트에게 빌린 권총으로 자살한다.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도 하는 우울증은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고 특히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 무렵부터 자주 발생하므로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이라고 한다. 나이, 인종, 지위, 성별을 떠나 누구에게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방치하면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에 이르면 우울증이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 가운데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데 통계상 33분마다 1명씩 사망하고 있으며, 특히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은 OECD 평균치의 4배나 된다고 하니 가슴 아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삶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는 마음의 상처 때문으로 생각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세로토닌이나 노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 데서 오는 부조화에 있다고 한다.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이 들거나 개인적으로 나약해서가 아니라 호르몬계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결국 마음과 뇌가 연결고리를 갖고 작용하면서 생겨나는 질환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가을로 접어든 요즘은 일조량이 떨어지면서 ‘계절성 우울증’도 서서히 고개를 든다고 하니 이 독감 바이러스(?)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요령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있으니 담담한 마음으로 이 계절의 불청객을 잘 다스려야 하겠다.

영국 격언에 ‘하루에 한 번 우울해지지 않는 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 했다. 이번 주말에는 야외로 나가 겹겹이 쌓인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깨끗이 날리며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시기 바란다. 어느 시인은 ‘놀고 있는 햇빛이 아깝다’고 했다. 행여 ‘보약’과도 같은 가을볕을 두고 그렇게 노래한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