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애플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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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간판은 온통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가 판을 친다. 그 중엔 ’(vill), ‘상테’(sante), ‘에뛰드’(etude), ‘블랑’(blanc) 등 어설픈 프랑스어 또는 라틴어 어원을 차용하거나, 마치 이두를 방불케하는 한자 차음 간판도 수두룩하다. 그럴수록 다국적 기업의 외국어 브랜드마저 과감히우리 한글 표기로 적은 간판들이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경향으로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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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북촌이나 인사동, 서촌거리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소에 가면 특히 이런 간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 동네에선 도도한 영어 원어로 된 ‘STARBUCKS’가 아니라 순 한글 명조체의 스타벅스로 표기된 간판이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 듯 손님들을 맞이한다. ‘EDIYA COFFEE’이디야 커피로 다소곳하고 미려한 한글 간판으로 변신한다. 수제맥주 ‘CRAFT BEER’매일맥주로 간판을 달리하고, 유명한 커피전문점 ‘HOLLYS COFFEE’도 이곳에선 할리스커피로 달리 쓰이면서 한글 앞에서 옷깃을 여민다.

물론 개중엔 ‘ETEDE HOUSE’(공부방, 학습공간)처럼 원어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간판만 그냥 한글로 에뛰드 하우스라고 씌어진 집도 있다.

한글날만 되면 한글간판이 갑자기 시사적 이슈로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정작 거리에서 순한글로 된 간판은 많지 않다. 물론 글로벌 시대의 분위기 탓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외래어와 외국어에 대한 선망 의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것이 그 원인이라게 한글학자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본격화와 함께 디자인과 공간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히 한글의 조형미와 실용성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사각틀을 벗어난 다양한 서체와 패밀리의 개발, 그리고 디지털 소프트웨어에 적합한 한글의 글꼴과 쓰임새 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듯, 간판을 비롯한 T셔츠 등 의류, 액세서리, 생활용품 등을 중심으로 한글이 문자 겸 디자인 요소로 날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간판은 조형미와 가시성, 주목도가 중요한 만큼, 이런 한글의 특이성과 장점을 가장 활용할만한 분야로 꼽힌다. 홍대앞, 연남동, 북촌, 인사동, 삼청동 등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관광명소일수록 이런 분위기의 한글 간판이 대거 얼굴을 내밀고 있다.

대학에서 공공디자인을 강의하는 K모 교수는 이런 현상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도 한글의 미적 요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특히 옥외광고에선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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