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전체 0.07% 신뢰못해” 언론 보도 vs 감정원, “변동많은 실거래가보다 정확”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이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투기심리만 부추기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한겨레>는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이 전체의 0.07%에 불과한 신뢰성 떨어지는 표본으로 집값을 들었다 놨다 하며 주택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의 통계에 쓰이는 표본 수가 전체 아파트 1038만호의 0.07%7,400개에 불과한데다, 주택이 빈번하게 매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간 단위의 발표는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게다가 한국감정원의 주간동향이 실거래 되지 않은 표본주택에 대한 호가나, 인근 유사거래 사례를 활용한 가상의 가격, 실제 거래된 매매건조차 신고 실거래가가 아닌 부동산 중개업자가 알려주는 거래정보 등에 따라 통계가 가공된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아울러 실제 표본주택이 어디인지, 실거래가 없을 때 유사거래 사례나 호가 등 가격을 어떻게 매기는지 관련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통계다. 또한, 주택 시세를 매주 속보성으로 발표해 부동산을 주식 같은 투자 상품으로 인식하게 해 투기심리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한국감정원은 이에 대해 해당 기간 어떤 주택이 거래됐느냐에 따라 변동이 있는 실거래가보다 매주 7,400개 표본주택의 시세를 조사해 발표하는 주간동향이 시세 흐름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국제적인 권고에 따라 통계를 내고 있어 표본 수가 적어도 신뢰도는 담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한계성은 인정하지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에서 주간 단위 부동산 통계를 만들고 있는 만큼 공공에서 통계를 제공해야 소비자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로서도 정책 참고를 위해 주간 시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하는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은 지난 2012년부터 매주 발표되어왔다. 정부의 부동산대책 수립에 참고가 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그렇다면 정부는 표본이 전체의 0.07%밖에 되지 않는, 시장 분위기와 동떨어진 통계로 정책을 만들고 있는 것이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올해 7월부터 최근까지의 발표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7월에는 갑작스러운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킨 변수가 존재했다.

지난 8월 부동산시장은 서울에 국한된 집값 폭등 사태를 겪었다. 갑작스러운 집값 상승의 발단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도 있지만, 710일 싱가포르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통계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박 시장의 발언이 있기 직전인 72(9)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상승하며 전주보다 상승폭이 소폭 둔화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발언 직후인 73주차(16)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91주까지 한 번도 상승폭이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75주차에 0.16%로 조사되며 전주 0.11%에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과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8월 들어서는 0.45%까지 상승폭이 크게 뛰었다. 실제로 8월 부동산 폭등 당시 용산과 여의도 등의 아파트 가격은 호가뿐만 아니라 실거래가격 자체가 오른 상황이었다.

상승폭이 둔화되기 시작한 건 정부가 강력한 규제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9.13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인 92주차에 들어서다. 이때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47%에서 0.02%p 둔화된 0.45% 상승으로 나타났다. 이후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고 부동산시장은 점차 안정되기 시작해 101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은 0.09% 상승으로 뚝 떨어져 7월 수준으로 돌아온 모습을 보였다.

신문 보도와는 다르게 한국감정원의 소규모 표본 조사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최근 부동산시장은 9.13 대책 발표 이후 매매 건이 줄어들면서 얼어붙은 상황이다. 아직까지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춰 부르고 있지는 않지만, 매수세가 줄면 집값도 따라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향후 서울 내 주택 공급이 확대되면 집값이 잡힐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매 관련해서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현숙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