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숙 기자
유현숙 기자

한국은행이 또 한 번 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1.25%에서 0.25%p 올린 이후 11개월째 요지부동이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좀체 살아나지 못하는 국내 경기 상황이 깔려있다. 한은은 국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소비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금리를 묶어놓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고용지표다. 고용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서진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조선·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여파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고, 건설 경기도 조정 국면에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소득성장론 실패론과 실질고용여건 개선 주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고용지표가 크게 반등할 대책은 없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금리를 섣불리 올리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등 돈줄을 죄면서 유동성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다음 11월 금통위에선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경기는 물론 호조를 띠고 있다. 그러나 해외 반도체시장은 최근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수출의 대중 의존도가 높은 형편인데, 반도체는 아예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대중 수출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 실제로 1월부터 9월까지 반도체를 비롯해 우리나라 ICT 총수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이다. 

게다가 현재진행형인 미중 무역분쟁은 국내 경기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대외 요소다. 미중 무역분쟁은 당초 미국의 중간선거 기간인 11월까지 이어졌다가 소강상태로 넘어갈 것이라 예상됐지만, 현재로서는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상당 기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심지어 ‘내정간섭’ 등의 발언까지 쏟아지며 국가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그런 갈등이 11월 중간선거 이후 극적으로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일부 신흥국들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점도 대외 불확실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을 이유로 한은이 크게 변화를 주는 것보다,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금리를 마냥 동결하는 것만이 안정적인 통화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미간 금리역전 상황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외국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역전폭이 커질수록 경기 부진과 유동성 경색을 감수하고서라도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다.

이미 한미간 금리역전폭은 0.75%까지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 연준이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은의 11월 금리인상도 확실시 되고 있다. 금리역전 차이가 1.00%까지 벌어지면 숫자가 주는 압박감이 상당해지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금리역전 차이가 커지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형성된다. 실제로 자본은 유리한 금리를 따라 얼마든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고, 그 속도가 빨라지면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물론 금융위기의 원인이 금리만은 아니다.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한 것이므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금융시장에서 금리역전 리스크가 지속·확대되는 것을 결코 방관할 순 없다. 11월 금리인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한은의 숙명이다.

 

유현숙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