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인도 등 직접 방문해 다방면 현장 행보
‘농업금융’ 특장점 살린 새마을운동식 접근… 농촌·농가에 노하우 전수
오는 11월 뉴욕행, 미 금융당국 만난다… “금강산지점 운영 때문 아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출범식, 인도 방문, 농협은행 베트남 하노이지점, 미얀마 방문./사진=NH농협은행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출범식, 인도 방문, 농협은행 베트남 하노이지점, 미얀마 방문./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말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지난 1229일 이대훈 제4대 농협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어느덧 300일이 넘었다.

이대훈 행장은 취임 후 특히 해외시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이 행장은 해외 지점 및 사무소 등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농협은행의 베트남 진출은 지난 201612월 하노이지점 설립에서 시작됐다. 이후 15개월이 지난 올해 5월 베트남을 방문한 이 행장은 3일간 머무르며 다방면에서 현장경영 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베트남 중앙은행을 방문해 하노이지점의 성장성과 향후 역량을 설명하고 현지 지점의 영어기금 증액과 추가적인 지점 개설에 대해 당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20133월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NH-AGRI 무계좌 송금 서비스등 여러 사업을 함께 추진해온 베트남 최대 국영은행 아그리뱅크(Agri Bank)의 부회장 및 은행장과 만나 사업성과도 점검했다. 또 성과를 바탕으로 농업금융, 핀테크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베트남에서는 하노이지점 영업 강화와 함께 호치민에 사무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호치민 사무소는 11월에 개설될 예정이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11월보다는 올해 중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행장은 5월 베트남에 이어 미얀마에서도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농협파이낸스미얀마를 방문한 이 행장은 현지 사업추진 상황과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다. 농협파이낸스미얀마는 농협은행의 최초 해외 현지법인으로, 9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소액대출법인이지만 동남아시아 금융망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농협은행은 중점적으로 영업 중인 양곤 지역 외에 미얀마 최대 곡창지역인 에야와디주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농협금융지주와 연계한 협력 사업도 진행 중이어서 전망이 밝은 상황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월 미얀마 현지 기업인 투(HTOO)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농협파이낸스미얀마가 참여하는 농기계 할부금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협파이낸스미얀마는 연내 영업점을 14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사업 확장의 기반이 되는 이미지 메이킹 측면에서도 각종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며 신경을 쓰고 있다. 미얀마 방문 당시에도 이대훈 행장은 농협파이낸스미얀마 영업구역 안에 있는 빈곤층 거주지역의 초등학교를 찾아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학용품, 교복, 운동용품 등을 지원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캄보디아 중앙은행과 상무부로부터 현지 소액대출법인 SAMIC 인수 최종승인을 받고 9월에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미얀마가 최초의 현지법인이었다면 캄보디아는 농협은행 최초의 해외 인수합병 성공사례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캄보디아 내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금융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프놈펜·시하누크빌·시엠립 등 캄보디아 3대 도시를 거점으로 향후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농협파이낸스미얀마와 마찬가지로 주요사업은 농업·소상공업에 종사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대출이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직접 방문한 이대훈 행장은 그에 앞서 캄보디아 중앙은행 총재와 만났다. 농협은행이 쌓아온 농업금융 노하우를 현지 농촌 및 농가에 전파하는 등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농업금융과 관련해서 또 다른 농협은행 관계자는 해외 진출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시장 내에서 입지를 찾기 위한 농협은행만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농업 비중이 큰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다른 은행들과 다르게 근본적으로 농촌 발전을 돕는 새마을운동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도 최근 국내 은행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인도 금융시장에서 입지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이대훈 행장이 추가 지점 개설을 위해 공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농협은행은 인도에서 뉴델리에 사무소 1곳을 두고 있으며, 현재 한국계 은행이 없는 노이다 지역 내 지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이 행장은 인도 방문 중에도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노이다 지역 인근 농촌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시설을 교체해주고 학용품 등을 지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 노이다지점은 인도 금융당국으로부터 1차 예비인가 승인을 받고 2차 예비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예비인가 승인이 끝나면 임차하고 설립 준비를 해서 본 승인을 받아야 실제 영업을 할 수 있다며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밖에 농협은행은 내부적으로 홍콩 인가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진출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농협은행의 해외 금융망은 총 6곳으로 미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중국, 인도 등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해외 네트워크적으로 보면 베트남 하노이지점에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보고 기업금융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얀마파이낸스와 최근 문을 연 캄보디아파이낸스의 경우,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지점의 기업금융 역량이 중요하다. 최근 농협은행의 베트남 하노이지점은 성신양회 베트남 현지법인인 성신비나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기업금융의 물꼬를 텄다. 농협은행은 성신비나와 같은 현지법인 등 한국계기업을 시작으로 현지 기업과의 거래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대훈 행장은 지난 12월 취임사를 통해 농협 본연의 가치구현과 신성장동력 창출 등의 방향을 제시하고 아시아 최고의 협동조합 은행도약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300여일간 숨가쁘게 각국을 오가며 해외 금융망 확대에 주력해온 이 행장의 행보가 해외 진출 후발주자인 농협은행의 글로벌 입지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대훈 행장은 해외 일정으로 올해 미국 방문이 남아있다. 지난해 12월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뉴욕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내부통제 기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1,100만달러의 과태료를 부과 받은 바 있다. 이에 농협은행은 지난 6월 자금세탁방지센터를 설치해 자금세탁 문제에 전담으로 대응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신뢰 회복에 주력했다. 오는 11월 예정된 이 행장의 뉴욕행은 제재 이후 개선된 내부통제 상황을 미 금융당국에 설명하기 위함이다.

항간에서는 이 행장의 미국행을 놓고 최근 불거진 금강산지점 재개 논란과 관련된 방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대훈 행장은 지난 16일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강산지점 재개 계획에 대해 내용을 자세하게 공개할 순 없지만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강산지점 운영은 유엔 제재와 맞물려 있고, 미 재무부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명확히 하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농협은행은 뉴욕지점 운영으로 미 금융당국의 관할 하에도 있기 때문에 언급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11월 이대훈 행장의 뉴욕행은 미국 금융당국을 만나서 지난해 제재 받은 이후 자금세탁방지 상황을 설명하는 차원이며, (대북 제재와 관련해 미 재무부와 진행한) 컨퍼런스콜과 연관된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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