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한시적 “정유·석유화학산업 고비는 넘겼지만…”

미국이 이란산 원유수입 관련 제재 조치를 복원하면서 한국 등 8개국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했다. 우리나라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국에 포함되면서 산업계, 특히 석유화학업계가 큰 고비를 넘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5(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6개월간 한시적 면제를 인정받은 나라는 한국, 중국, 인도,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등 8개국이다. 예외 인정은 감축 규모 등을 판단해 180일마다 갱신된다.

미국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으면서 우리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은 한숨 돌리게 됐다. 제재 예외 인정을 못 받았다면 특히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입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우리 석유화학산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초경질유는 우리 석유화학산업에 필수적인 재료이다. 이란산 초경질유는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을 비롯해 여러 기업들이 수입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앞서 예외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왔다.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처 합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미동맹 관계가 굳건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1160만 배럴까지 치솟았다가 9월 수입량을 0으로 떨어뜨렸다. 이는 미국으로부터 예외국 인정을 받기 위해 수입량을 조절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번 예외 조치로 우리나라는 이란산 초경질유를 180일간 제한된 물량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한국-이란 원화결제시스템이 유지돼 우리 기업의 이란 수출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들 8개국이 지난 6개월 동안 이란산 원유 구매를 상당 규모 감축해 왔다면서 이 중 2개국은 이란산 원유수입을 이미 완전히 끊었고 제재가 유지되는 한 수입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나라에서 이란산 원유수입 제로화를 하기 위해 계속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유가는 5(현지시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 선언에도 불구하고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1% 내린 63.1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2월물 브렌트유는 0.47% 오른 73.1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제재 복원에도 국제유가가 크게 요동치지 않은 것은 제재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점과 8개국 예외국 지정으로 충격을 완화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현숙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