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2금융권에도 총량규제 도입, 금융당국 “가계부채 풍선효과 차단”

대출자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소득으로 나눈 값, 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내년부터는 제2금융권 등 모든 금융권에도 일제히 도입된다. 금융당국은 11월부터 가계 부채 경감 대책으로 제1금융권부터 DSR을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DSR 요건에 못 미치는 대출 수요자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나면서 아예 전 금융권으로 이 제도를 확산시키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어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금융권의 관리지표로 DSR을 도입하고 강화된 예대율 규제를 시행하는 등 가계대출 증가 현상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기로 했다. 이런 조치는 올 3분기 가계부채 규모가 1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세가 가계부채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분석된데 따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현재 한 가구당 부채는 7,022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가구당 부채 연도별 순증 현황

출처: 통계청 가계복지조사
출처: 통계청 가계복지조사

 

실제로 당국의 규제 조치가 나오면서 제2금융권은 이른바 중금리대출상품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일단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되면서 관련 상품을 다양화한 것이다.
SBI저축은행은 금리 연 9.9∼17.9%의 새 중금리 신용대출 'U스마일DC론'을 지난 달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웰컴저축은행은 금리 연 5.9∼6.9%, 한도 200만원이던 기존 중금리대출 상품을 금리 연 5.9∼12.9%, 한도 1천만원으로 확대해 '직장인 비상금대출'로 바꿔 출시했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연 4.7∼19.7%로 5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올인원대출'을, KB국민카드는 대출한도 1천만원, 금리 연 5.9∼19.9%인 'KB국민 중금리론'을 각각 출시하는 등 카드사도 중금리대출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같은 중금리대출 확대는 일단 제2금융권이 규제 영향을 덜 받으면서 대출 영업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되지만 가계대출 팽창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중금리대출 주요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4∼7등급 '중신용자'에 관한 금융정보가 부족하고 연체 위험도 작지만은 않아 '양날의 검'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 때문에 지난 9월 소폭 줄었던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10월 들어 다시 큰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815조5천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7조7천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폭은 2년 전인 지난 2016년 11월 8조8천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집단대출이 둔화되면서 전달보다 증가규모가 축소된 반면, 기타대출은 한달 전보다 4조원 넘게 늘어났다. 특히 제2금융권의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은행권을 합한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0조4천억원이나 늘었다.
이번에 금융위가 DSR을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키로 한 것은 이같은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앞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런 내용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운용방안을 지난 10월 31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대출은 영업점에서 대출 실행 여부가 결정되지만 DSR 70% 초과 대출은 '은행 본점 승인' 사항으로 규정했다. 특히 원리금 합계가 연소득의 90%를 넘을 경우에는 사실상 대출이 막힌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과 달리 예·적금을 담보로 한 대출은 DSR을 적용받지 않게 했다. 당장은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에도 DSR 규제가 시범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는 은행권처럼 규제가 강제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금융당국은 오는 2021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또 이같은 가계대출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2금융권 등 금융회사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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