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 동조한 정부․여당, 민노총 배제 ‘6개월~1년 확대, 연말 확정’ 시한 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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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물론, 정부 여당도 탄력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의 확대를 일방적이다시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노동계 및 시민단체들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근로기준법 5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날엔 연장 근무를 하는 대신, 다른 날엔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방식이다. 예컨대 2주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면 업무량이 많은 첫째 주의 경우는 58시간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그 다음 주에는 46시간 일해 2주간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 한도인 주당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식이다. 
문제는 이 기간의 특정한 한 주일 혹은 특정한 날에는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이나 야근을 반복함으로써 과로, 산업재해 등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현저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게 노동계와 진보정당,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특히 보수 야당과 이에 동조한 정부 여당의 방침대로 탄력근로제 기간이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될 경우엔 노동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여당과 청와대는 노동 유연성으로 현 경제상황을 돌파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비교적 보수적 노동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재갑 노동장관이 이끄는 고용노동부도 총대를 메고 나섰다.
19일엔 이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핵심의제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이 만났지만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탄력근로제도로 인해 임금이 삭감되거나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탄력근로제 확대를 전제로 한 보완책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이에 김주영 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이어 탄력근로제 확대까지 추진해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탄력근로제 확대라는 현안을 둔 쌍방 간의 갈등은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배제와 (탄력근로제 확대 결정의) 시한부를 정함으로써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민주노총 참여 없이 경제사회노동위를 오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하는 형식으로 청와대에서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는 불참 선언을 한 민주노총을 배제한 것이어서 반쪽짜리 기구를 초래한 모두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불참 선언을 한 민노총도 일단 원탁 테이블에 앉아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민노총이 배제된채 일방적으로 날짜를 정해서 경사위를 출범시키는 청와대와 정부 역시 성급하다고 비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탄력근로제 문제는 경제사회노동위에서 사회적 대화를 한 뒤 국회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지만 그로부터 도출된 결과의 사회적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가 또 빠듯한 시한을 정해놓고 탄력근로제 확대를 서두르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6개월이든 1년이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하고 올해 안에 노사정 논의가 끝나야 한다는 것이 정부 원칙”이라고 했다. 아예 날짜를 못박아 놓고 이를 ‘원칙’으로 설정한채 상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빠른 시일 내에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결정을) 마냥 노사정에만 맡겨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 상황에 따라선 일방적 밀어붙이기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주 국내 은행장들을 만나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를 연말까지 해결하겠다”고 시한을 못박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런 방식에 대해 한국노총은 ‘합리적’인 유감을 표시했다. 즉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를 하려면 경영계가 원하는 유연근무가 과연 (탄력근로제 확대가 아니라도) 현재로선 불가능한지, 지금이 탄력근로제 확대의 적절한 시기인지, 확대로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경영계 입장만 대변하면서 논의 시한을 압박하는 태도는 비판받을 만 하다”는 한국노총의 반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같은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와 논의를 거쳤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 출범도 하지 않은 경제사회노동위에 논의를 강요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중립적인 노동학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와 국회가 일방적이며, 지나치게 서두름으로써 갈등을 키운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제사회노동위의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무릇 대화란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입법 논의가 중단되어야 하는게 상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자칫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때처럼 정부 여당과 노동계, 그리고 범사회적인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 때문에 많은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 여당이 시한을 정하고 밀어붙이기보단,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할 경우 실질임금 하락을 막는 임금보전 방안과 적정한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등의 방식을 높고 인내하며 협상해야 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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