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조급히 서둘러선 안 돼
〈사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조급히 서둘러선 안 돼
  • 애플경제
  • 승인 2018.11.22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반대하며 어제 하루 총파업을 한데 이어, 연일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에 동조한 정부․여당과 청와대가 탄력근로 기간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데 반발한 것이다. 이에 앞서 여야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혹은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지 않으면 지난 7월 시행에 들어간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기 어렵다는 경영계 요구에 따른 것이다. 
사실 지난 수 개월 간의 논의 과정은 매우 성급하고 치밀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떠하든 ‘노동친화’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중력을 약화시킬게 분명하다. 갈등이 격화될수록 진보․보수 프레임에 찌든 우리 사회의 묵은 응어리를 다시 극단적으로 노출시킬게 뻔하다. 노동문제에 관한 한 극우적 태도를 보여온 보수 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여당 역시 악화된 경제지표를 개선하고픈 초조함만 묻어난 듯 하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과연 현 경제, 사회적 차원에서 얼마나 타당한가에 대한 정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현행 탄력근로제는 휴일이나 야근, 연장 근무를 얼마나 하든, 3개월 간의 평균이 ‘주당 52시간’만 되면 상관없도록 되어있다. 이는 8시간 자고, 8시간 쉬고, 8시간 일하는, 인간의 생물학적 혹은 자연법적 삶의 공식을 근본에서부터 깬 것이다. 애초부터 과로나 비정상적 라이프 스타일로 인한 행복추구권의 훼손을 작정한 것이다. 사용자와 경영계의 기업논리를 부득이 수용한 예외적 규정인 셈이다. 이걸 다시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린다고 하니, 노동계가 반발한다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3개월 아닌 6개월 혹은 1년으로 연장할 경우, 경제적 효율성도 더욱 높아질 것인가. 이 문제 역시 계량화되거나 검증된 바 없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예측하고 평가할 뿐이다. 오히려 노동계는 장기간의 악화된 노동조건에 비해 연장근로 가산수당 등 임금은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한다. 또 노동생산성이 늘어난 근로시간만큼 증가할 것인가도 알 수 없다. ‘피로사회’의 특징은 피로하고 과로한 가운데, 일의 능률과 성취도 역시 줄어든다는 점도 상길할 필요가 있다. 
논의 절차도 하자가 많다. 애초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민주노총이 불참키로 하면서 쌍방 간 감정의 골은 매우 깊어졌다. 대신 민주노총이 1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지만,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에 노사정 논의가 끝나야 한다는 것이 정부 원칙”이라고 압박했다. ‘순순히 따라올려면 오고, 아니면 말라’는 식의 데드라인을 친 것이다.
지금 경제상황이 어렵고, 보수 야당과 경영계의 거센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 여당이 이래선 안 된다. 잠깐 쉼표를 찍으며, 다시 신중하고 진지한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마땅하다. 경영계가 원하는 노동의 유연성이 과연 현행 제도로선 불가능한지, 지금이 탄력근로제 확대의 적절한 시기인지, 이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 등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정히 입법화한다면 실질임금 하락을 막는 임금보전 방안이나 적정한 휴식시간 보장 등 역지사지의 인내와 논의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논의 시한을 압박하는건 순리가 아니다. 어떤 절박함이 있더라도, 지금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지혜롭고 신중한 결단이 필요할 때다. 그게 ‘촛불정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애플경제신문사
  • 제호 : 애플경제인터넷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29. 212 (여의도동, 정우빌딩 2층)
  • 대표전화 : 02-761-1125
  • 팩스 : 02-761-1127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다 10254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3798
  • 등록일 : 2015-06-29
  • 발행·편집인 : 김홍기
  • 논설주간 : 박경만
  • 애플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고문변호사 : 김규동 (법무법인 메리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상호
  • Copyright © 2018 애플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plenews7@naver.com | www.webhard.co.kr ID : applenews PW : 1234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