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의료비중 33.3%를 가계가 부담, 의협 등 저항 불구 ‘건보 보장성 강화’ 필요

가계의 의료비 직접 부담은 줄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세금과 사회보험 등 공공재원의 비중은 OECD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았다.
23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OECD 건강통계 2018’을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경상 의료비중에서 가계직접부담 비중은 33.3%로 5년 전인 2011년의 34.6%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한국의 경상 의료비 중 공공재원 지출 비중은 2017년 잠정치 기준 58.2%로 OECD 회원국 평균(73.5%)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공재원은 정부 재원(세금)에 건강보험, 산재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장기금을 포함해 계산한 금액을 의미한다.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보다 공공재원의 비중이 낮은 나라는 멕시코(51.6%), 라트비아(54.2%) 등 2개국뿐이었다. 
그렇다보니 OECD 평균(20.3%)보다 1.6배가량 높았다. 우리나라는 라트비아(45.0%), 멕시코(40.4%), 그리스(34.3%)에 이어 네 번째로 가계직접부담 비중이 높았다. 우리나라 국민이 직접 부담한 의료비가 많았던 것은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되기 이전인 지난해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항목이 많았고 급여항목이라도 본인 부담률이 20∼60%로 높았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9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이 아픈데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의료비 부담으로 가계가 파탄나는 나라, 환자가 생기면 가족 전체가 함께 고통 받는 나라, 이건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다”라며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문재인케어’는 환자가 부담해온 비급여 의료행위와 치료제를 급여화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5년 기준 63.4%에서 2022년 7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용이나 효과 검증이 필요한 의료행위를 지금처럼 비급여로 남겨두지 않고 건강보험을 적용시켜 부담을 낮추는 ‘예비급여’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여기에 5년간 30조6000억 원이 들어간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은 “모든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이행하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바닥난다”며 ‘문재인 케어’를 반대했다. 
하지만 이들이 집회를 연 이유는 의사들의 기준에서 ‘원가 이하’의 건강보험 수가(건강보험이 정한 개별 진료항목 가격)를 보전해 온 비급여 항목이 줄어들면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다. 또 비급여의 급여화는 모든 의학적 진료행위가 공적 관리체계로 들어온다는 걸 의미해 공적 시스템의 감시 강화를 불편해 하는 것이 집회의 본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계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가파른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과 이로 인한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줄이려면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급여화’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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