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국 통합은 잘했지만 메뉴얼과
백업시스템 마련이 3사간 긴밀한 협조가 절실

복구 작업이 한창인 KT 아현빌딩 앞  지난 24일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충정로 KT 아현빌딩 앞에 27일 오후 KT관계자들이 아수라장을 연상시키는 배선 정리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고로 지하 1층 통신구 약 79m가 소실되면서 서부 지역 KT 인터넷, 휴대폰 등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사진=이상호 기자
복구 작업이 한창인 KT 아현빌딩 앞 지난 24일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충정로 KT 아현빌딩 앞에 27일 오후 KT관계자들이 아수라장을 연상시키는 배선 정리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고로 지하 1층 통신구 약 79m가 소실되면서 서부 지역 KT 인터넷, 휴대폰 등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사진=이상호 기자

 

KT 아현빌딩 화재 관련 통신 3사의 이원화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과기부를 중심으로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이원화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통신업에 몸을 담고 있는  박영수 대표이사는 “용산ㆍ중구ㆍ서대문ㆍ마포 일대와 은평구ㆍ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통신 장애가 발생했는데 결국 전화국 통합은 이뤄졌지만 이원화 구성은 안 돼 있어 이런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범 정부를 중심으로 통신 3사가 이원화를 구축했다면 한 지국에 화재가 발생했어도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일본과 같은 경우 체계적인 대응 메뉴얼과 백업 시스템 마련 등 국가 기간통신망에 걸맞는 대책을 갖고 있다. 비상 사태 시 통신 3사의 긴밀한 협조 체계도 절실한 상황이다.
24일, KT 아현빌딩 건물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로 은행, 카드, 증권 등의 금융서비스가 곳곳에서 마비돼 현재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월요일 아침까지 각종 금융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아 곳곳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KT건물 화재 사고와 관련해 금융서비스에 대한 영향을 점검하고 신속한 복구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감독원, 은행, 카드사 등과 협력해 국민들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신속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KT화재로 인해 서울 일원에서 금융, 증권, 정보통신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단일 회로뿐인 국내 통신망 시설로 인해 더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각 지역의 모든 통신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광케이블 등의 통신망 회로가 한 개의 라인만 구축되어 더욱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국과수에서 현장감식을 펼치고 있다.
국과수에서 현장감식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이상호 기자.

아울러 방재시설도 미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KT아현지사는 스프링쿨러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소화기만 1대 배치돼 있었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지하구의 길이가 500m 이상이고 전기ㆍ가스 등이 집중된 ‘공동 지하구’인 경우 스프링쿨러, 소화기, 경보기 등 연소방지시설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불이 난 통신구는 통신설비만 설치된 ‘단일 통신구’이고 길이도 150m에 불과해서 아무 방재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화재로 KT는 자체적으로 전국 네트워크 시설 특별점검 및 상시점검을 강화하고, 비의무지역에도 스프링쿨러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또한 KT 아현지사는 중요도가 떨어지는 D등급에 해당해 백업 체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A부터 D등급까지 4단계로 구분되고 C등급까지만 백업 체계가 갖춰져 있다. 백업 체계가 구축됐다면 복구 시간이 빨라졌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KT 오성목 네트워크 부문 사장도 “D등급 백업 체계 구축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장 시급한 것은 신속한 복구”라며 “피해를 본 시민과 상인에 대한 보상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발생했는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며 “정부는 전국 주요 통신시설의 관리체계를 재점검하고, 지하통신망에 대한 화재 관리시스템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방법 규정의 허점이 있다면 법을 바꿔서라도 국가기반 시설에 준하는 화재재난 대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KT 아현지사 빌딩. 사진 = 이상호 기자.
KT 아현지사 빌딩. 사진 = 이상호 기자.

KT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 일대 통신 장애가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서대문과 마포, 용산, 은평, 중구 일대 등지에서 유·무선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인터넷, IPTV 서비스를 비롯해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식당 등지의 카드 단말기에서 장애가 이어지고 일부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도 작동이 안 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 때문에 지하철 2호선 홍대역 등 주말에 많은 시민들이 몰리는 곳에선 때아니게 공중전화 앞에 긴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를 본 한 시민은 “마치 198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중구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는 카드결제가 먹통이 되면서 차단기가 열리지 않아 30분 가량 주차장에 갇혀 있었다는 등의 제보도 이어졌다.
또 서대문의 대형병원 응급실은 통신망이 끊겨 건강보험 접수가 이뤄지지 않아 진료가 지체되기도 했다. 경찰 출동 지령도 원활하지 않아 무전을 사용해야 했고, 지하철 시스템도 가동이 중지되었고, KT휴대전화가 안 되는 바람에 공중전화 박스가 북새통을 이루곤 했다.
각종 음식 배달업체들도 통신망이 끊기면서 배달업무가 불가능해지자 영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밖에도 통신망 장애로 인해 마치 수 십 년 전의 세상으로 돌아간 듯한 대혼란이 빚어졌다.
한편 KT는 25일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인해 통신장애 피해를 본 고객에게 한 달치 요금을 감면해 주겠다”고 밝혔다. 감면금액 기준은 직전 3개월 평균 사용 요금이다.
KT는 감면 대상 고객을 추후 확정해 개별 고지할 예정이다. 무선 고객은 피해 대상지역 거주 고객을 중심으로 보상할 방침이다.
KT는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 보상은 별도로 검토할 것”이라며 “사고 재발방지와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복구작업은 어제 저녁 6시 기준으로 무선은 63%, 인터넷 회선은 97%까지 진행됐다.
무선 복구는 26일 중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소실된 광케이블과 회선까지 복구하려면 일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IT강국으로 세계에서 손꼽혔던 우리나라에서 화재 한 것으로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만의 하나 전쟁이라도 나면 졸지에 닥칠 대혼란과 이로 인한 참화나 비극을 예고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정부와 통신3사는 이번 사고와 관련 국가 통신망 이원화 구축을 통해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연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호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