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 주장에 비난여론 들끊어…결국 사과

글로벌쉐어와 한국미혼모가족협회가 진행한 미혼모 가정 아기 돌잔치 현장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없음.
글로벌쉐어와 한국미혼모가족협회가 진행한 미혼모 가정 아기 돌잔치 현장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없음.

미혼모 등 한부모 가족 시설에 돌봄서비스를 지원하는 예산 61억원 삭감을 주장한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이 “비정하다”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27일 황급히 사과했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한부모 가족 복지시설 지원’ 사업 가운데 ‘시설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 사업 예산 61억3800만원을 신규로 올렸다. 미혼모 등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 취업 등 자립하려 할 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자신이 비용을 내거나, 입소한 (미혼모) 시설 운영비에서 부담해야 했다. 이걸 내년부터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키로 한 것이다.
애초 예결위에 올리기 전,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주장에 따라 담당 상임위에서는 17억1900만원을 감액하고 나머지 금액을 편성하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예결위 위원인 송언석 의원이 이날 또 다시 61억원 ‘전액을 삭감’하자고 의견을 냈다. 
송 의원은 “그동안 (미혼모)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걸 갑자기 국가에서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 모든 걸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저도 현직 차관(기재부)에 있을 때 방문도 했고 봉사도 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호의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으로 들어간다(작용한다)는 것이 차후에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 (삭감 여부가) 중요하다”며 끝내 전액 삭감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기재부 김용진 2차관이 “한부모 가정, 즉 미혼모 시설의 경우 흔히 나중에 보면 (미혼모 혼자 키울 수 없어) 아이가 고아원에 가게 된다”면서 읍소했지만, 송 의원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때 듣고 있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서 “우리 사회 구조에서 가장 취약하고 어려운데 예산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혼모 시설에 (아이들이) 방치돼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예산을 깎아서 예산에 균형을 이루면 무엇 때문에 예산을 하고 정치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무조건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건 비정해 보인다”고 했다. 순간 ‘비정’이란 표현을 두고, 송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여당 의원들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17억원가량 삭감하자는 상임위의 안을 수용하는 가운데, 최종 결정은 예결위원장과 각 당 간사간 협의 자리인 ‘소소위’에서 하기로 ‘보류’됐다.
그러나 이런 회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송 의원과 자유한국당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인터넷상에는 “정말 비정한 ×”이라는 등의 욕설까지도 등장했다.
이에 놀란 송 의원은 이튿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했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송 의원은 “이미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똑같은) 사업인데 국비로 주머니만 바꿔 지원하자는 내용이어서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이 사업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일정 비율을 함께 분담(매칭)하는 ‘신규 사업’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늘어날수록 시설에 수용된 한부모 자녀에 돌아가는 돌봄 지원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획재정부는 “한부모 복지시설에 수용된 미혼모 등 경우 평일에 직업교육을 받거나 학교에 가야 해, 남겨진 자녀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필요했다”며 “기존에는 시설에서 운영비를 쪼개 지원해 왔지만,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하다보니 이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지원하자는 내용으로 새롭게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이처럼 사업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삭감을 주장한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자유한국당도 관련 예산 전액삭감 주장을 철회하는 등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송 의원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난 여론은 28일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항간에는 (송 의원에 대해) 비정하다고들 이야기를 하지만 저는 이건 잔인하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61억 아니라 ‘600억을 줍시다’ 해도 모자랄 판”이라면서 “이분(송 의원)이 이번 예산 과정에서 자기가 예산소위 들어가서 자기 지역구에 도로 깔고 이러는 데 800억 되는 SOC예산을 따왔다고 자랑을 하면서, 힘겹게 아이를 키우는 미혼부모들한테 지원되는 예산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불과 얼마 전까지도 출산주도성장 하면서 애 낳으면 2천만 원 주자, 이랬던 당 아닙니까?”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 이 정부 정책을 발목 잡기를 해야 되는데, 그중에서도 일자리 예산을 확 깎아서 고용 문제를 계속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이런 작전의 일환”이라며 “그러다보니 저간의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일단 일자리니까 잘라라, 이렇게 접근을 했다”고 나름대로 배경을 해석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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