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1.75%로… 내년 통화정책 완화기조 이어갈 듯

/사진=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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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결국 금리를 끌어올렸다.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 빚에 쏠린 금융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때도 나왔던 이야기다. 당시에는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금리 인상의 이유가 됐다.

한국은행은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1.75%로 인상했다. 0.25%포인트를 인상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1년이다. 작년 11월 한국은행은 연 1.25% 초저금리 시대를 청산하고 기준금리를 1.50%로 올렸다.

한은은 이날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판단하면서, 향후 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일부 취약 신흥국의 금융불안도 다소 완화됐다고 금리 인상의 대내외 배경을 설명했다.

금통위 개최 전부터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연일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을 쏟아내며 금리 인상에 힘을 실었다. 이번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예상된 이슈라는 분위기다.

금리를 동결해온 지난 1년간 국내 경기는 수출을 제외하고 모든 지표가 부진했다. 특히 경제성장률 하향을 이끈 투자와 고용 지표 악화가 그 중심에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슈가 깔린 무역분쟁을 장기간 벌이면서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를 초래했고, 미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으로 신흥국에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세계 경제의 변동성도 확대됐다. 이러한 대내외 상황은 한은이 그간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작용했다.

우선 이번 금리 인상은 한미간 금리 역전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90.25%포인트 인상되면서 연 2.00~2.25%.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미간 금리 역전 폭은 0.50%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해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금리 인상 이후 내년에는 동결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내년에는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장기간 동결을 전망했다. 이어 미국 같은 경우 올해 12월에 금리 인상을 하고 내년 3월에 한 번 더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 완화 발언을 했지만, 미 연준은 12월 금통위에서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상반기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연 2.75%까지 올라간다. 한은이 내년 금리를 동결할 경우 한미간 금리 역전 차이가 결국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역전 폭이 지속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에 형성되는 금융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금리 인상인 셈이다.

또한 금융불균형 누증도 금리 인상의 배경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국정감사 당시 완화적 금융여건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을 확대할 수 있다며 금융불균형 해소를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1,500조원을 넘어섰다. 10월 들어 가계대출은 7.8조원을 기록하며 증가규모가 확대된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대출 규제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중앙은행 차원에서 가계부채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우려되지만, 가계부채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나기 시작한 건 지난 정권 시절 저리로 돈을 빌려 부동산시장을 부흥시키는 정책이 실시됐기 때문이다. 이후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증가했다. 이는 기준금리가 연 1.25%에서 1.50%1차례 인상되면서 초저금리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저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상 실기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만큼 상반기보다 좋지 않은 경기 상황에서의 금리 인상은 이미 늦은 감 있다는 주장이다. 상반기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기 전에 손을 썼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한편에서는 국내 경기가 부진한 점을 들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보다 현재 수준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는 국내 경기 상황이 그만큼 어렵고,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DI의 이러한 권고는 내수 경기의 둔화 흐름과 부진한 고용 등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한은도 통화기조 완화정책을 유지하는 데에 동의했다. 한은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도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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