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과 시장원리
부동산정책과 시장원리
  • 권혁거 전문기자
  • 승인 2018.12.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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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올해까지 모두 10차례가 넘는 크고 작은 부동산관련 대책이 발표됐다. 6·19대책부터 가장 최근의 9·21대책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대책이 쏟아진 덕분에 오르기만 하던 서울의 집값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집값이 오를대로 오른 뒤여서 연일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낸데 비하면 효과는 보잘 것 없다는 평가이다. 최근 한 방송매체에서 실시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한 설문에서 ‘일자리’나 ‘부동산’은 실패한 정책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자리나 부동산 부문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분야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경제와 관련한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관련 대책중 도시재생지원방안이나 금융지원방안 등 일부를 빼면 대부분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대책들이다. 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1년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엣 이처럼 많은 대책을 쏟아냈다는 것은 처음 발표한 대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한 탓에 추가대책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보수는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쪽에서는 수요억제를 위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고, 진보쪽에서는 규제의 내용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유세 강화나 분양원가 공개 및 후분양제도 등도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노무현 대통령시절의 부동산정책을 빼닮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출범하자마자 강력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규제대책을 통해 집값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정부의 규제대책이 강해질수록 집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특히 당시에도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규제대책을 아무리 내놓아도 강남 집값은 오르기만 했다. 강남과 강북의 집값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때부터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두고 ‘노무현 부동산정책의 데자뷰’라고 일컫는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강력한 규제대책으로 인해 지방의 부동산시장은 침체의 나락으로 빠졌다. 서울이나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쌓였고, 주택거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집값도 떨어졌다. 이 때문에 ‘서울 집값 잡으려다 지방 부동산시장 다 죽이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규제위주의 정책이라는 점이다. 투기억제지역이나 투기지구 선포를 비롯해 전매제한 강화,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강화, 그리고 결국에는 금융규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규제대책이 이어지면서 집값은 비로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방은 극심한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규제대책만으로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결국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에서 사용가능한 택지를 확보하고, 서울과 기존의 신도시사이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이 9·21대책에 포함됐다. 노무현 정부때도 결국 후반기 들어 신도시 건설을 발표했다. 아직도 건설이 진행중인 2기 신도시가 그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공급대책은 또다른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서울에서 그린벨트를 제외하고 집을 지을만한 마땅한 택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또한 3기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 2기 신도시 지역 지자체나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아직도 건설이 진행중인 2기 신도시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다.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입안하면서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시장원리이다. 시장원리보다는 규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교훈삼아 집권 초기부터 당시에 시행됐던 규제정책을 종합적으로 시행하려고 했다. ‘규제정책의 백화점’이라고 불린 8·2대책이 바로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자본주의 경제의 기본개념인 시장원리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찾아 가격을 결정한는 것을 말한다. 수요가 많으면 수요를 줄이고 공급이 부족하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이루면 적정한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시장은 안정을 보이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불균형을 이루게 되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집값이 오르고 청약이 과열되면 그때마다 규제대책을 내놓아 시장안정을 꾀한 우리나라의 부동산정책은 시장과열과 규제가 반복돼온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때마다 집값도 따라 춤췄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적으로 집을 지을만한 땅이 부족하다는 점과 함께 산업화와 개발 과정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했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비교적 안정을 찾았던 때는 1990년대말부터 시작된 200만호 주택건설시기였다. 당시 수도권에 신도시 5곳이 건설되면서 대량으로 주택이 건설됐고, 이 덕분에 집값이 다소 안정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시에도 여러 부작용이 있었지만 주택수요에 대응한 공급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규제만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2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서울지역의 경우 주택공급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규제대책은 대체로 공급보다는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안정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수요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서울이나 수도권과는 사정이 다르다. 서울에는 여전히 집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지방의 경우 대체로 공급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른 실정이다. 그런데 똑같이 규제가 적용되면서 지방의 부동산시장은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든 것이다. 집은 남아도는데 그나마 수요가 더 위축되니 주택거래도 이루어지지 않고 미분양만 쌓여간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규제는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문제점을 제거하기 위해 규제의 칼을 빼들지만, 대개 대증요법에 그치기 일쑤다. 더욱이 규제가 오래 지속되면 시장은 불균형으로 인해 왜곡된다. 부동산정책에서도 시장원리를 고려하기 보다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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