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영화시장 트렌드 주도한 20대 관객… 키워드는 ‘다양한 장르’, ‘특별관’

6일 CGV는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산업 포럼을 열고 '보헤미안 랩소디'를 싱어롱관에서 관람하는 관객들 영상을 소개했다./사진=유현숙 기자
6일 CGV는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산업 포럼을 열고 '보헤미안 랩소디'를 싱어롱관에서 관람하는 관객들 영상을 소개했다./사진=유현숙 기자

영화를 보며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함께 노래하고 슬로건을 흔든다. 마법에 걸린 듯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서 숨죽인 채 보기만 하던 관객은 이제 영화를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 극장에서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단순하게 작품성의 여부로 볼지 말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작품성도 결국 플랫폼에 따라 좌우되는 셈이다. 20대 관객을 중심으로 한 이런 변화는 가장 먼저 대중과 영화를 연결하는 극장 사업자들의 변화도 불러오고 있다.

CJ CGV에 따르면, 올 한해 극장에 활력을 가장 많이 불어넣은 관객은 20대다. 지난해 12CGV‘2017 영화 결산 및 2018 트렌트 전망을 통해 20대 관객 감소를 심각하게 우려했다. 지난해 1130일까지 누계된 20대 관객은 CGV 회원 티켓수를 기준으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줄어든 34.8%를 기록했다.

지난해 20대 티켓 비중이 감소한 이유는 영화가 주는 특별함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전국 100만 관객 이상 작품 중 CGV 회원 티켓수를 기준으로 20대 관객이 선호한 영화 상위 5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특별함·독특함·신선함 등이었다. 5편 중 <장산범>(53.9%/CGV 관람객 중 20대 비율)을 뺀 나머지 4편이 <겟 아웃>(55.7%), <23아이덴티티>(53.3%), <애나벨: 인형의 주인>(51.8%), <킬러의 보디가드>(50.8%) 등 외국영화였다. 공포·스릴러·미스터리 등의 장르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 상위 20편 중 가장 많았던 장르는 범죄·액션영화로, 전체 절반이 넘는 55%에 달했다. 6편 정도였던 전년보다 5편이나 늘어난 11편이 상위 20편에 포함됐다. 범죄·액션영화를 찾는 관객이 많았다는 건 그 만큼 많은 스크린을 가져갔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이는 그 외 장르의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관이 상영하는 영화의 다양성을 잃게 되면서 장르적 편중 현상은 특히 20대 관객에게는 영화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표=애플경제
/표=애플경제

반면, 올해는 20대 선호영화 상위 5편 중 무려 3편을 한국영화가 차지했다. <너의 결혼식>(53%), <곤지암>(49%), <리틀 포레스트>(48%) 등이 20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공포·스릴러가 많았던 지난해보다 로맨스·드라마 등 선택한 장르도 더 다양해졌다. 올해 한국영화 상위 20편 중에서도 범죄·액션영화는 두세 편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 극장을 찾는 20대가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를 제시하자면 <보헤미안 랩소디><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4DX)>의 흥행이다. 이들 영화의 흥행 중심에는 20대 관객이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밴드 퀸(Queen)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 후반부 라이브 에이드공연 실황 장면이 입소문을 타면서 상승세를 탔다. 영화진흥위원회 전국관객수 기준으로 보면 1031일부터 1128일까지 한달 내내 흥행가도를 달렸다. 개봉 1주차에 17%였던 관람객 점유율은 개봉 3주차에 39%까지 오르는 등 뒤늦게 불이 붙었다. 12월초 현재까지도 이러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특별관을 통해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이 늘어났고, 재관람 비율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겨울왕국>과 맞먹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승원 CGV 마케팅담당은 지금도 관람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40대 후반 세대의 아티스트인 퀸의 영화라 40대 관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장 많이 영화를 즐긴 층은 20라면서 “20대가 즐길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었다. 2시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4DX)>의 경우, CGV에서 단독으로 재개봉한 영화다. 일반관을 제외하고 4DX관에서만 상영해 스크린 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67,95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 역대 재개봉 영화 중 3위를 기록하는 엄청난 티켓파워를 보였다. 이러한 티켓파워의 중심에는 역시 20대 관객이 있다. CGV 회원 티켓수 기준 전체 관람객 중 20대 관객의 비중은 60.3%에 달한다. 특히 43%가 혼자 영화를 즐겼다. 이는 데이트나 가족나들이의 목적으로 영화를 선택했다기보다 영화 관람 자체가 목적인 관객이 많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 영화의 특징은 특별관에서 찾을 수 있다. 관객참여관, 음향특화관, 기술융합관 등 일반 극장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상영관들이 새로운 극장의 활로가 되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정면의 스크린과 좌우 스크린까지 총 3면의 스크린을 통해 몰입도를 높인 CGVScreenX(스크린엑스), 최고급 스피커와 우퍼로 음향에 특화된 메가박스의 MX, 밝은 화질과 전 좌석 360도 입체 음향을 제공하는 롯데시네마의 수퍼플렉스G관 등을 중심으로 객석률이 높고, 영화 속 퀸과 관객이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싱어롱(관객참여)관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4DX)>은 애당초 영화 장면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오감체험특별관인 4DX로 재개봉됐다. 이를 통해 퀴디치 경기와 트롤의 등장, 마법사의 돌을 찾기 위해 소망의 거울로 가는 과정 등 마법과 관련된 장면들을 매우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이승원 CGV 마케팅담당은 관객의 트렌드를 읽고 서비스하는 게 순서라면서 씨네&포레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씨네&포레는 CGV강변관에 개관한 자연 콘셉트의 잔디 슬로프 특별관으로, 웰빙과 힐링이 핵심 테마다. 지난 7월 개관 이후 20대 관객 비중이 48.9%에 달한다.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유독 이 관을 오시는 분들은 굉장히 일찍 온다. 일찍 와서 셀카를 찍고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똑같은 형태의 관을 찍어내는 것보다 다양한 상영관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대 관객의 경우 영화 관람 이상의 부수적인 효과도 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문화가 활발해지면서 SNS 이용자들은 생활 전반에서 특별한모든 것을 업로드한다. 맛집 방문, 여행 등 여가·취미 활동이 주요 업로드 요소다. 하지만 영화 관람은 맛집이나 여행을 가는 것보다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는 여가 활동이 됐다. 특별관은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이끈다.

20대 관객을 중심으로 이 같은 특별관들 등장과 성공은 영화 관람의 가치가 간접 경험을 뛰어넘어 직접 경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확대되면 관객들은 점차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집에서 IPTV로 봐도 되는 영화를 더 확실히 구분하고, 극장을 찾을 때도 큰 화면으로 봐야 실감나는 영화”, “섬세한 음향이 중요한 영화를 위해 특정 상영관을 예매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극장 플랫폼의 변화에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도 발을 맞춰가야 한다는 의미다.

영화의 명운이 극장에 달려있다는 점은 영화시장 구조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대형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스크린 수와 상영 기간을 두고 독과점 문제가 떠오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막대한 제작비용을 들여 유명한 배우들과 화려한 효과를 사용하는 대형 영화들에 비해 독립영화 등 다양성 영화들은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극장에 걸린다고 해도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는 시간대를 배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매번 중소·독립영화 제작자들은 독과점이라고 주장하고, 극장사업자들은 시장논리라고 반박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다양성 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이 부족한 점이다. 올해 CGV 아트하우스는 스크린을 2개 늘렸지만 관객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강경호 CGV 아트하우스 사업담당은 필요하다면 물리적으로 아트하우스 스크린을 늘리는 것도 하겠지만 일반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영화 관계자를 비롯해 영화·언론계가 노력해서 관심을 끌어올려야 하는 부분이 있고, 여기에 CGV가 마케팅을 더하는 부분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과 독립영화의 상생도 결국 키워드는 20대 관객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올 한해 다양한 장르를 선호한 20대 관객의 티켓파워가 극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만큼 내년에는 독립영화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영화 산업 전반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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