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온라인거래 파급효과’ 분석, “물가하락·고용감소 영향”

온라인쇼핑의 발달로 유통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가 상승률은 낮아지고 도·소매업 취업자가 줄어드는 ‘아마존 효과’가 국내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마존 효과’란 미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Amazon)에서 따온 표현으로, 온라인 전자상거래로 인해 오프라인 업체들이 받는 영향을 뜻한다. 
온라인 거래는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가격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어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싼 값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또 대형온라인 쇼핑몰이 소매판매점을 대체하면서 온라인거래의 확대는 도소매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온라인쇼핑 확대가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0.2%포인트 떨어뜨리고, 고용은 1만6000명을 감소시킨다는 내용의 첫 실증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태경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해외 주요 선진국들 같은 경우에는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아마존 효과’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보고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2013년 이후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거래와 이로 인한 고용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온라인 거래 확대의 파급 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4~2017년 중 온라인 상품 판매 비중이 1%포인트 올랐을 때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연평균 0.2%포인트 하락했다고 추산했다. 근원인플레이션은 외부 충격을 많이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 물가를 뺀 지표로 물가 흐름을 보다 정교하게 나타낸다. 

 

온라인거래 확대가 도소매업 매출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온라인판매 증가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해당 분기 오프라인판매 증가율은 0.7%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도소매업 취업유발계수(10억 원당 21명)를 적용하면 2014년 이후 온라인거래 확대에 따른 오프라인판매 대체효과로 도소매업 부문의 취업자 수는 연평균 약 1만6000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추정에는 온라인거래 확대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 정보기술(IT), 물류 분야 취업자는 고려하지 않았다.
국내 온라인거래는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 간편 결제 서비스 확산 등에 힘입어 2014년 이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판매 총액은 80조원으로 전체 소매판매 규모(440조1000억원) 대비 18.2%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23.1%), 영국(19.1%)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온라인 거래는 지난 2013년 이후 빠르게 늘면서 소매판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소매판매 증가에 대한 온라인 판매 기여도는 2014~2017년 평균 83.9%로 장기평균(2002~2013년) 19.6%에 비해 4배 높았다. 
김태경 과장은 “소비자 좋아지면 고용이 늘고 물가가 오르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간 소비 개선에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최근 물가나 고용은 경제 구조적 요인, 경기 상황, 정부 정책 등의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나 온라인 판매 증가에 따른 아마존 효과도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효과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자 연구 대상이다. 지난 8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김 과장은 “온라인혁신이 가속화되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럴수록 디지털 혁신 가속화로 가계 및 기업의 행태변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책당국이 그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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