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거 부동산 대기자.
권혁거 부동산 대기자.

지난 11월30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종전 1.50%에서 1.75%로 0.25%p 올렸다.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좋지 않지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데다 이미 몇차례 금리를 인상한 미국과의 금리격차 등에 대한 부담이 인상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경기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이 정도의 금리인상은 견딜만한 체력은 된다는 게 한국은행측의 설명이다.
미국은 2015년부터 기준금리를 인상, 2.25%까지 올려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0.75%p에 이르렀다. 이는 11년만의 최대폭이다. 금리차가 더 커지면 외국인의 투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금은 당연히 금리가 높은 곳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본의 유출은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국내 경기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기준금리 인상 배경의 한 요인이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발표 후 인터뷰를 통해 “금융시장의 불균형을 측정할 때 가장 눈여겨 보는 지표가 가계부채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정시장의 자금쏠림이나 투자자들의 위험신호 등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인상은 그 시기를 두고 경제전문가들사이에서도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 있다. 이번 기준 금리인상을 두고도 일부 전문가들은 시기를 놓쳤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제상황이 조금 더 좋을 때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오히려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금리인상이 이루어져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2015년 금리를 인상할 때 시기에 대한 의견차가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리를 인상했다. 이때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 노벨상 수상자이자 신고전학파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와 스탠리 피셔 당시 Fed 부의장간에 논쟁이 일어났다.
피셔는 신고전학파의 태두로 불리는 폴 새뮤얼슨의 제자로 신케인즈학파로 분파한 인물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금리인상이 조기에 이루어질 경우 신흥국에서 공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피셔 Fed 부의장은 조기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결국 금리인상은 연내에 이루어졌지만, 시기는 다소 조정이 이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대부분 수신금리를 올렸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예·적금 금리를 0.1∼0.3%p 인상했다. KB국민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0.25%p 올리고 순차적으로 수신상품 금리를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정기예금 금리는 0.30%p, 적금은 0.5%p 인상했다. 
수신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의 인상도 불가피하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변동금리 대출상품은 국내 8개 은행의 수신금리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코픽스 지수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미 금리인상을 선반영해 상승한 상황이다. 대출금리 인상은 저소득층이나 다중채무자들에게는 그만큼 이자부담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은 부동산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택을 구입할 때 대개의 경우 금융기관의 대출을 안고 산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부담이 늘어나 주택수요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최근 몇 년간 호황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이자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주택을 구매하려는 신규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이미 각종 규제조치로 가라앉은 주택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에는 이미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금리인상이 아니더라도 이미 주택수요자들의 구매심리는 크게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까지 인상되면서 매수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리인상 이후 시장의 체감 분위기도 더욱 가라앉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금리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비롯해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집값을 결정하는 것은 금리를 포함해 여러 변수들이 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금리인상이 곧바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리인상이 당장 부동산시장에 큰 충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한 증권사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소비자들에게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그간 호황세를 유지하던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호황을 보이면서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지만,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미국 경제가 전반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미국에서도 금리인상에 속도조절을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은 경제상황이 좋을 때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그런 점에서 자칫 금리인상으로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은 총재의 설명처럼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의 불안요인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주택을 구매할 실수요자들마저 금리인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대책이 가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인데 금리인상으로 실수요가 위축되면 규제의 효과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금리인상의 시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