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결사반대’, 20일 택시업계 12만명 국회 앞 총집결
“30만 택시기사 생존권 위협받는다!”, 시민 여론은 ‘냉담’

 “기자라고? 사진 찍지마! 찍지마!~” 20일 오후 국회앞.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가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 일대에서 열렸다. 이러한 격양된 분위기를 반영하듯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찍지 말라”며 저지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불법을 합법이라고 방조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 번째 단체행동, 강력히 정부 규탄
 이번 파업과 집회는 지난 10월18일 첫 집회와 함께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하고 지난달 22일 재차 집회를 연 것에 이어 세 번째 단체행동이다. 집회에 참가한 전국의 택시 기사들은 하나 같이 격양된 목소리로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전라남도 해남에서 30년 간 기사생활을 한 목이덕씨(70·남)는 “평생을 고생하고, 이제 조금 대우가 나아지나 했더니 대기업 카카오가 우리 30만 택시 기사를 말살하는 정책을 하려고한다”며 격분했다. 
이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은 오전 4시부터 하루 동안 전면 파업에 나섰다. 대신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회 현장으로 온 택시기사들과 업계 관계자들로 인해 국회의사당역은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지하철역 출구를 나오자마자 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험한 욕을 쏟아내는 모습이 펼쳐졌다. 마치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를 연상케 했다.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선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최모(57)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마련했다. 상복을 입은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공덕동로터리까지 행진, 경찰 ‘대화경찰’ 3만명 배치
집회 신고 인원은 3만 명이지만, 이날 비대위는 전국에서 12만 명의 택시기사가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충청남도, 전라남도, 제주도 등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지역마다 깃발을 들고 머리에 ‘카풀 결사반대’, ‘열사정신 계승’ 등이 써진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카카오 콜 못받겠다! 카풀 사업 중단하라!’, ‘서민택시 파탄주범! 불법 카풀 몰아내자!’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30년 가까이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황모씨는 “시골 면 단위나 읍 단위에서도 정부에서 내준 개인택시가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읍내를 갈 때 카풀을 이용하면 개인 자가용들이 카풀을 받아 개인택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정부가) 택시 종사자들의 마음을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김포에서 온 택시기사 A씨는 “4차 산업·공유경제도 중요하지만 사납금과 성과급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4차 산업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카풀 서비스 금지와 사납급 인하, 월급안 조정 등을 요구하며 “정부가 카풀 금지를 먼저 선언한 후 중재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선 집회장 한켠에선 일부 참가자들이 술추렴을 하는 등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풍경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오후 4시 10분부터 마포대교를 지나 공덕 오거리까지 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8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집회 동안의 불법행동과 폭력에 대비했다. 집회 주최 측과 경찰 간의 다리 역할을 하는 대화경찰관 60명을 배치하는 등 준법집회 유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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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불구, 여론은 냉담~
그러나 택시업계의 파업과 투쟁에도 여론은 냉담한 분위기다. 집회를 지켜보던 B씨는 “애초에 좀 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승차거부와 강제하차, 현금결제 유도 등 피해를 당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택시-카풀 기사’들을 보면 택시업계와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댓글도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카풀 도입되면 승차거부, 요금흥정도 못 하게 되고 택시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면서 “결론은 택시가 카풀보다 좋으면 되는데 손님 비위 맞추기는 죽어도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전철역 앞에 택시들 쭉 세워놓아서 버스가 정류장으로 못 붙고 엉거주춤하다, 뒤쪽에서 직진하는 자가용과 충돌할 뻔한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다”고 택시들의 불법 주정차 행위를 지적했다. 
택시업계가 카풀 운전자를 비롯한 여러 안전 관련 문제점을 들며 “카풀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오히려 누리꾼들은 “오죽하면 카풀을 타겠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성범죄, 강도 등 흉악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 택시 취업 기준을 피해 버젓이 택시영업을 하다 적발된 사례들도 있다. 또한 택시기사들의 곡예운전, 난폭운전, 각종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증언도 상당하다. 
누리꾼 C씨는 “실제로 친구가 성폭행을 당할 뻔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린 경험도 있다”며 “다른 친구는 회식 후 택시에서 잠들었는데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택시기사님을 만나 신고했지만, 훈방 조치만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범서비스를 개시한 날부터 주요 승차거부 지역에서 캠페인을 통한 계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택시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홍대 앞, 강남역, 종로 등 서울 지역 내 주요 승차거부 지역에서 계도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글 ․ 사진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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