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故 김용균씨를 죽게 한 ‘한국병’, 치료가 절실
〈사설〉故 김용균씨를 죽게 한 ‘한국병’, 치료가 절실
  • 애플경제
  • 승인 2018.12.26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죽음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더욱이 19세기 산업혁명기 유럽 각국에서나 봄직한,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 환경 속에서 24살 꽃다운 젊은이가 혹사당하다 희생된 데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하긴 이번 사고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숱한 사람들이 생업과 작업 현장에서 크레인에 깔리거나 기계에 끼이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유독가스에 질식해 죽거나 다치곤 했다. 안전보건공단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 해 1천명가량이 일터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루에 2~3명꼴이다. 산재사망자 수는 유럽연합의 5배, 특히 영국의 18배에 달하고, OECD 가입국 중 1위다. 그야말로 산업재해 왕국이며,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후진국이다. 
생명 경시의 모습은 고 김용균 씨의 죽음을 계기로 이목이 집중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논의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개정안은 원청 사업주가 안전조처를 해야 할 곳을 ‘일부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넓혔다. ‘위험 기계’를 쓰면 안전보건 조처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경련, 경총 등은 대기업 등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덜어주는 예외조항마저 극력 저지하고 있다. 자유계약 원칙이나 ‘효율성’이 반대 이유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은 심지어 “(법안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망언 수준의 언사를 내뱉기도 했다.
안전은 이제 한국사회의 구조적 질병 차원으로 확장될 만하다. 돈 앞에선 사람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고, 세계적으로도 극성스런 물신숭배에 병든 모습, 즉 ‘한국병’이 그것이다. 고도성장과 개발독재,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합병증이라고 할 ‘한국병’은 생명이나 인간 존엄성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따윈 좌편향의 이념적 소치로 매도하기 일쑤다. 돈과 권력, 사회적 지위만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소유양식’의 삶에 찌들어있고, 인간답고 주체적인 삶의 동기를 고민하는 존재적 삶은 찾기 어렵다. 대신에 시장원리, 사유재산 지상주의, 물질적 부요에 대한 맹목적이고 천박한 숭배만이 횡행한다.
허나 물신주의자들이 그토록 숭배하는 경제적 효율성을 위해서도 안전과 생명은 중요하다. 자족할만 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이야말로 능동적 생산성과 효율성의 모티브다. 나아가선 사회적 통합과 일체감의 필요조건이 되고, 한국경제의 구조적 생산성을 높이며, 목전의 경제난을 돌파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사람과 생명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걸 망각하면, 경제는 커녕 모든 인간조건이 무의미하다. 우선은 제대로 된 안전보건법이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선 모든 산업 현장에서 ‘인간’을 최우선시 하는 상식의 회복이 있어야 한다. 그게 고인이 남긴 절박한 명제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한국병’을 치료하기 위한 작은 걸음이다. 삼가 김씨의 명복을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애플경제신문사
  • 제호 : 애플경제인터넷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29. 212 (여의도동, 정우빌딩 2층)
  • 대표전화 : 02-761-1125
  • 팩스 : 02-761-1127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다 10254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3798
  • 등록일 : 2015-06-29
  • 발행·편집인 : 김홍기
  • 주필 : 박경만
  • 애플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고문변호사 : 김규동 (법무법인 메리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상호
  • Copyright © 2019 애플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plenews7@naver.com | www.webhard.co.kr ID : applenews PW : 1234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