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의 역사(2)
부동산정책의 역사(2)
  • 권혁거 부동산 전문기자
  • 승인 2019.01.0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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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라는 것이 가진 속성이 그렇듯 대책이 나올수록 강도가 점점 세지게 마련이다. 기존에 나온 규제대책에 대한 내성이 생겨 강도를 높이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거의 폐지하다시피 하면서 전면 자율화한 예가 있었는가 하면 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규제대책을 폈던 때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했던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던 참여정부때이다. IMF사태를 맞아 경제를 부양시켜야 했던 국민의 정부에서는 대부분의 규제를 없애고 주택시장을 전면 자율화했다. 반면 참여정부때는 부동산과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규제들을 내놓았다. 경제상황이 반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같은 진보정권에서 극과 극을 이루는 대책이 나온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IMF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주택업계였다. 당시만 해도 주택업계는 업체들간 연대보증으로 얽혀 있어 한 업체가 쓰러지면 보증을 서준 업체도 연달아 타격을 받는 구조여서 피해가 다른 분야보다 더욱 심했다. 당시 상당수의 주택업체들이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미분양과 고금리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했고, 이는 결국 연쇄부도로 이어졌다.

IMF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주택업계에서 내노라 하던 업체들이 이때 상당부분 쓰러졌다. 대구에서 탄탄한 기반을 굳히고 서울로 진출해 선두를 달리던 청구나 우방을 비롯해 라이프주택과 삼익, 우성 등 이른바 주택건설의 명문으로 꼽히던 업체들이 무너졌다. 대기업그룹의 자금력이 뒷받침이 되지 않은 업체들의 상당수가 이때 쓴 맛을 보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집권한 국민의 정부는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주택 및 건설업계를 살리는 일이 중요했다. 더군다나 주택업계는 그 자체로서뿐 아니라 산업연관효과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축자재업이나 중개업을 비롯해 이사, 인테리어 등 관련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주택경기의 부양은 바닥경기의 부양과 직결돼 있었다.

주택 및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국민의 정부에서 꺼내든 카드는 규제 대폭 완화였다. 상한제에 매여 있던 분양가 자율화를 비롯해 전매제한 완화, 양도세 한시 면제, 토지거래신고제 및 허가제 폐지, 재당첨 금지기간 단축, 청약자격제한 완화 등의 조치가 이루어졌고, 개발이익 환수제 및 토지초과이득세 등 토지공개념 관련 제도도 크게 완화했다.

이들 내용은 그간 주택업계에서 꾸준히 규제완화를 요구해오던 문제이기도 했다. 국가부도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경제가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같은 조치를 통해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때의 규제완화 또한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이는 또다른 부동산경기 과열의 시작이기도 했다. IMF 위기를 벗어나고 경제가 살아나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주택공급물량도 적었던 탓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폭등했다. 결국 국민의 정부에서도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게 된다.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및 청약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로 집값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해 이를 억제하기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방안도 내놓았다. 이와함께 10년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 등 공급측면의 처방도 마련했다. 그러나 한번 달아오르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의 열기는 쉬 가라앉지 않았다.

그리고 국민의 정부 이어 들어선 참여정부까지 부동산시장의 열기가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됐다. 이미 이전부터 부동산투기가 사회적 문제가 돼오던 터이기도 했지만, 참여정부는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규제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나온 그 어떤 대책보다도 강력한 대책들이었다.

투기지역을 확대하고 주택거래신고제를 도입했으며, 양도세를 중과하고 국민의 정부에서 없앴던 초과이익환수제를 다시 시행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율) 등 금융규제를 도입했다. 당시 종합부동산세 신설을 두고 엄청난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당초보다 후퇴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부동산규제대책을 시행했음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규제대책이 나올수록 집값은 더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강남의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 유독 더 올랐다. 강남과 강북의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지고, 부동산의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이 바로 참여정부때였다. 시장안정을 위해 내놓은 규제대책들이 오히려 시장이 더 왜곡된 셈이다.

강력한 대책을 쏟아내는데도 불구하고 집값이 제대로 잡히지 않자 결국 참여정부에서도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다. 2기 신도시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김포 일대의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성남 판교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 등이 이때 계획된 신도시들이다. 이들 신도시 건설을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 또한 참여정부2’라고 할 만큼 부동산 규제대책에서는 닮아 있다. 정부 출범초부터 부동산시장 안정을 내걸고 강력한 규제대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참여정부때처럼 강남 집값을 중심으로 집값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결국 강력한 규제대책과 함께 3기 신도시 건설이라는 공급대책을 함께 마련하면서 시장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대책으로 인해 지방의 주택시장은 거의 고사직전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데 규제대책은 일률적으로 시행되다보니 지방에서는 타격을 크게 받는다. 그리고 그것이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역별 맞춤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현 정부에서의 부동산정책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어서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현 정부처럼 강력한 부동산규제대책으로 일관했던 참여정부의 교훈은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곧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긴 안목으로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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