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ㆍ칼럼니스트.
시인ㆍ칼럼니스트.

롭 라이너가 메가폰을 잡고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자동차 수리공 카터 챔버스는 대학 신입생 시절, 철학교수가 과제로 내주었던 ‘버킷 리스트’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미 46년이 지난 시점에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보는 ‘버킷 리스트’는 잃어버린 꿈이 남긴 쓸쓸한 추억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억만장자이자 병원계의 큰손으로 폐암 선고를 받은 에드워드 콜을 병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같은 병실을 쓰게 된 두 남자는 각자 치료를 받으며 너무나 다른 서로에게서 매우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두 사람은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그들은 함께 스카이다이빙을 즐기고, 셸비 무스탕을 운전하기도 하는데, 북극 위를 비행한 뒤에는 인도의 타지마할을 방문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오토바이를 모는가 하면, 아프리카의 사파리에서 모험을 즐기기도 한다.’ 

인생에는 오로지 두 가지 길만 있다. 내가 걸어온 길과 내가 가지 않은 길이다. 내가 선택하고 걸어온 길은 지금 처한 나의 현실과 운명을 이루고, 내가 가지 않은 길은 이루지 못한 꿈을 동경한다. 누구에게나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 목록을 ‘버킷 리스트’라고 한다.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어인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으로부터 만들어진 말이다. 중세 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을 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참으로써 목을 맸는데, 이로부터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몇 년 전부터 새해 첫날이면 인터넷을 중심으로 버킷 리스트 작성이 유행하고 있다. 1년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담은 1년짜리 버킷 리스트가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등에 올라온 버킷 리스트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소망을 엿볼 수 있다. 

올해는 불경기와 취업난을 반영한 듯 현실적인 소망들로 가득하다. 예컨대 20대는 ‘곧 죽어도 취직하기’를 비롯해 ‘자격증 2개 취득하기’, ‘인턴사원 되기’, ‘어학 점수 업그레이드’ 등 취업 관련 내용이 중심이다. 30~40대는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고 살아남기’, ‘연봉 올려 빚 갚기’, ‘월세에서 전셋집으로 옮기기’ 등 생계 문제에 집중된다. 50~60세대에서는 등산·달리기 등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성적 올리기’, ‘일찍 일어나기’ 같은 필요에 따른 너무 현실적인 주문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좀 더 감성적인 내용에도 눈길을 한 번 돌려 보자. 미래를 위해 오늘을 투자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임에 분명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낭만과 감성도 놓쳐서는 안 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천만년 살 것 같지만 길어야 100년이다. 태어나는 순간 이미 시한부 인생이 되는 것이다. 지구의 나이 45억 년에 비하면 인간의 수명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짧기에, 우리들의 인생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직전에서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살아 온 것을 뒤늦게 한탄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희망찬 2019년의 새 아침이 밝았다. 더 늦기 전에, 올 한 해만이라도 꼭 이루고 가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헤아려 보며, 한 번쯤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져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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