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중국 리스크도 한 몫…그러나 마케팅과 경영전략 오류” 지적

애플이 최근 전에 없는 침체와 퇴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사상 첫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애플은 최근엔 신형 아이폰 출하량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는 등 급격한 퇴조를 보이면서 노키아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애플은 실적 저하의 원인으로 중국 시장 내 부진을 지목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지나치게 비싼 제품가와 낮은 가성비, 그리고 기술 혁신의 부재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애플은 2일(현지시각) 팀 쿡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 1분기(1~3월) 매출 전망치를 기존 890억~930억 달러보다 5~9% 감소한 840억 달러로 낮췄다. 총수익률도 애초 38.5% 보다 약간 낮춘 38%로 전망했다.
팀 쿡 CEO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이폰 매출 감소가 애플 전체 매출 부진의 큰 폭을 차지했다”며 “우리의 예상치보다 매출 감소 폭이 컸다”고 일단 ‘중국 리스크’를 탓했다.
애플의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날 애플의 가이던스가 발표되고 20분 후 시작된 시간외 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7%나 급락했다.
애플이 실적 전망을 낮춘 원인으로는 우선 중국의 경제 부진과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중국시장이 두드러지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달러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악화, 화웨이 등 중국 업체가 부상한 영향도 있다.
팀 쿡은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지난 해 하반기부터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자명하다”면서 “미·중 무역분쟁은 중국 경제에 추가 압력으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기술혁신과 소비자 감동을 위한 노력의 결여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X(텐)S맥스·아이폰XS·아이폰XR 등 신제품은 2017년 선보인 아이폰X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판매량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안면인식이나 이중 심(SIM) 지원과 같은 기능도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에서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기능들이다. 고가의 가격이지만 특별할 것 없는 스펙이라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각) 애플이 최근 고전하고 있는 이유로 아이폰XR의 판매가 신통치 않은 탓이 크다고 보도했다. 아이폰XR은 신제품 중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보다 소비자 가격이 약 25%정도 저렴한 보급형 모델이다. 하지만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싸고, 비슷한 가격의 중국 스마트폰들의 스펙은 더 뛰어난 편이다. 
WSJ는 “애플이 정확한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수요가 예상보다 매우 좋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아직 출시 초기라 아이폰XR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적 둔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애플의 진짜 위기는 혁신 기술 없는 높은 가격 전략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출한 새 기술 없이 비싼 값만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이폰 평균 판매단가를 지난 1년 사이 7% 올리자, 판매는 20% 6200만대 이상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WSJ은 애플이 삼성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5년 전만 해도 중국 내 휴대전화 다섯 대 가운데 1대가 삼성이었지만, 화웨이 등에 밀리자 값은 낮추고 기술은 높여 인도 등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아울러 미국 포춘지는 애플이 중국에서 저질렀던 실수와 사건들을 언급하며, 미중 무역분쟁보다는 실적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VPN(가상사설망) 앱을 삭제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VPN은 중국의 방화벽을 우회해 해외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이다. 다수의 중국 애플유저들이 VPN 앱을 사용 중이지만, 애플이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 당시 미국 CNBC는 ‘애플이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VPN을 삭제, 중국 내 사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막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애플은 최근 이동통신사에 광고비와 무상수리비용을 떠넘기는 등의 갑질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앞두고 있다.
한편, 애플의 부진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을 공급해온 국내 부품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번 주 발표될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4조 원 가량 준 13조원 대에 그치고 하락 폭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그 때문에 나오고 있다.

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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